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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1920년대 조선에도 경성판 월가 있었다”
걸어다니는 주식박물관…위문복 하나대투證 부부장
17년간 모은 주식관련 자료만 1TB
세계적 증권역사박물관 만들고파



“1920년대 조선에도 경성판 ‘월스트리트’가 존재했습니다.”

위문복(47·사진) 하나대투증권 e-비즈니스지원부 부부장은 증권가에서 ‘걸어다니는 주식박물관’으로 불린다. 지난 17여년간 모은 주식 관련 자료의 양만 하드디스크 기준으로 1TB(테라바이트)가 넘는다. 1780년부터 시작된 미국 증시의 지수 차트를 비롯해 1949년 이후 일본, 1958년 이후 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지수 차트를 엑셀로 직접 만들어 보관하고 있다. 국내외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주식 자료도 주요 수집 대상이다.

위 부부장이 요즘 ‘꽂힌’ 분야는 한국 주식의 역사다. 그는 일본강점기 경성(京城)에서 열렸던 ‘조선박람회’ 지도를 펼쳐보이면서 “당시 명치동(지금의 명동)은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1920년 을지로에 만들어졌던 경성주식현물취인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거래소였다. 당시 지도를 보면 거래소가 항상 중심에 있었고 주변에 증권사ㆍ은행ㆍ보험회사들이 즐비했다”고 덧붙였다.

경성거래소에서는 당시 48종목이 거래됐다. 대부분 일본 회사였고 일제가 우리의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치한 동양척식주식회사도 이 중 하나에 포함됐다. 그는 “전쟁이나 관동 대지진과 연계돼서 거래소 주식이 폭등하기도, 혹은 급락하기도 했다”면서 “당시 증권시장이 얼마나 컸냐면 동아일보 창간호 1면에 증권 상점 광고가 실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위 부부장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투자자가 오늘의 시황에만 관심이 있지, ‘증시 100년의 역사’는 모르고 있다”면서 “주식은 반복하는 속성이 있고, 과거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향후 주가 방향을 읽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위 부부장을 만든 것은 ‘열정’이다. 그는 “업계 종사자로서 선배들과 선조들이 어떤 흐름을 겪어왔는지 알리고 싶어 주식 자료 모으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자료가 있다면 빨리 얻고 싶은 마음에 서울에서 대전까지 택시 타고 내려간 적도 있다”고 웃음 지었다.

2011년에는 시대별로 주요 국가의 증권시장 차트 및 관련 자료를 검색할 수 있는 ‘주식의 역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출시하기도 했다. 당시 증권사 직원으로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일본의 경매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기도 한다.

주식박물관을 만들어도 될 것 같다는 물음에 그는 “아직은 고물상 수준”이라고 겸손해했다. 위 부부장은 “수집한 자료를 잘 다듬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증권역사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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