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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생토크> “아내는 100점 선수…지도자 외조로 시즌2”
‘농구코치 새인생’ 박정은 ‘인기배우’ 한상진 부부
남편 한상진
아내의 은퇴결정은 아름다운 마침표
노력·행동으로 선수들 이끌어주길

아내 박정은
선수시절 남편은 또 한명의 감독님
지도자 변신에도 큰 디딤돌 될 것



“엊그제까지 언니로 불렸는데 갑자기 코치님 소리 듣는 게 어색하네요. 지도자로서도 선수 때만큼의 명성을 얻고 싶어요.”(아내) “이제 막 첫 출근한 신입사원이잖아요. 사회는 정글이에요. 얼마간은 다치기도 하면서 시행착오를 겪겠죠.”(남편)

부부는 닮았다. 2004년 5월 한국 여자농구 간판스타와 무명 탤런트의 결혼으로 화제를 모았던 이들은 올해로 결혼 10년차를 맞았다. 그 세월 만큼 얼굴도, 생각도 부쩍 닮아 있었다. 28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접고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코치로 변신한 ‘명품포워드’ 박정은(36)과 인기배우 한상진(36) 부부. 박정은의 코치 선임이 발표되던 날, 경기도 용인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아내는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을 얘기했고, 남편은 언제나 그랬듯 ‘팬심’ 가득한 눈빛으로 아내를 지켜봤다.


▶아내 이야기=박정은의 은퇴는 여자농구 황금세대의 마침표를 의미한다. 박정은을 끝으로 2000년 시드니올림픽 4강 주역들이 모두 유니폼을 벗었기 때문이다. 박정은은 농구대잔치 때였던 1994-1995 시즌부터 무려 18시즌동안 삼성생명에서만 뛰며 프로 첫 3점슛 1000개를 비롯해 득점ㆍ리바운드ㆍ어시스트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많이 부족했던 선수였다”고 자평했다. “스피드도 느리고 점프도 낮았어요. 이런 약점들을 템포와 슛 정확도 등으로 보완한 거죠. 선수로선 늘 20점이 모자랐지만 많은 걸 이뤄서 만족도는 120점이예요.” 스물일곱살부터 그는 팀내 최고참이었다. 부상으로 시즌을 접거나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가 태반이었지만 그는 크고 작은 부상을 견디며 단 한 차례 수술도 없이 늘 그 자리에 있었다. 많은 팬들이 아직도 박정은의 은퇴를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은퇴와 동시에 남편의 외조도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외조 제2탄, 성공적인 지도자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0년 동안 제가 나온 경기는 다 녹화해서 두세번씩 돌려봤던 남편이에요. 또 한 명의 감독님을 모셨던 셈이죠.(웃음) 이제 어떻게 하면 저를 좋은 지도자로 만들까 고민하는 거 같아요.”

▶남편의 아내 이야기=MBC 드라마 ‘마의’에서 현종을 연기했던 한상진은 지난 2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아내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난 조선 18대 왕 현종이고 오늘 18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최초 여성대통령이 나오는 날이며 여자농구의 살아있는 레전드 박정은의 정규리그 마지막경기 날이다. 너의 경기에 진심으로 존경을 표한다. 여보 수고했다.’ 박정은은 이 경기에서 1000개째 3점슛을 꽂았고 경기 후 남편의 품 안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한상진은 “나조차도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만감이 교차했다. 얼마나 외롭게 선수생활을 했을까 생각하니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쑥스러워 했다.

“은퇴는 100% 박정은 선수의 결정이었어요. 사실 가장 박정은다운 은퇴가 어떤 걸까 고민은 했죠. 5분, 10분 벤치에 앉아있을 거면 3년은 더 뛸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건 박정은답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10년 넘게 ‘박정은’을 연구하다보니 농구 도사가 다 된 남편이다. 아내의 경기 뿐 아니라 아내와 매치업되는 다른 팀 선수들 플레이까지 꼬박꼬박 챙겨봤다. 남편이라 해도 누구보다 날카롭고 객관적으로 아내를 평가한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도 “박정은은 100점짜리 선수”라고 했다.

“팔 인대가 끊어지고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는데도 붕대를 칭칭 감고 경기를 다 뛰었어요. 프로로서 100점짜리 선수죠. 하지만 그거 아세요? 박정은의 황금기는 지금부터라는 걸.”

남편이 바라는 좋은 지도자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1등은 99%의 운과 1%의 타고난 자질로 만들어진다. 노력? 그건 당연히 하는 거다”며 “아내가 그런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 자리나 권한 때문이 아니라 노력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지도자”라고 했다. 한상진의 ‘박정은 외조 시즌2’가 이제 막 시작됐다.

용인=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몸 건강하게 만들어서 예쁜 아기도 만나야죠.” 코치로 농구코트에 서니 또 다른 느낌이다. 지도자로 제2의 농구인생을 연 박정은 삼성생명 코치는 “좋은 코치가 되고 예쁜 2세를 갖는 게 올해 가장 큰 목표”라며 활짝 웃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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