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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눈골퍼’ 도 드라이버는 문제없어…숏게임 · 퍼팅은 어려워
PGA 기적의 우승 언스트를 통해 본 시력-골프의 관계는
50m이내 어프로치샷 등 아무래도 불리
언스트 우승은 피나는 노력의 결정체



눈이 밝으면 골프도 잘 칠까. 시력과 골프는 어떤 상관 관계가 있을까.

‘외눈 골퍼’의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깜짝 우승에 시력과 골프의 관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일(한국시간) 끝난 PGA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 무명의 루키 데릭 언스트(22ㆍ미국)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언스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에게 드릴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직접 만들다 오른쪽 눈의 시력을 사실상 잃었다. 그는 “한손으로 왼쪽눈을 가리면 그냥 뿌옇게만 보인다”고 했다.

골프에선 당연히 잘 보여야 잘 친다. 수백미터 앞에 있는 목표 낙하지점과 그린, 핀 등을 정확히 겨냥해 공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근시와 난시를 갖고 있는 많은 선수들이 라식수술 등의 시력 교정 수술을 받는 이유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999년 시력 교정 수술을 받았고 박세리도 비슷한 시기에 난시로 고생하다 수술을 받았다. 우즈는 수술 다음해인 2000년 9승을 기록하며 상금왕이 됐다. 신지애도 지난 2011년 초 라식수술을 받았다. 신지애는 수술 후 강점이던 퍼트가 무너지며 ‘라식 후유증’이 의심되기도 했지만 “예전에 라이를 보던 것과 시력 교정 후 보는 것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라 데이비스, 비제이 싱 등도 라식 수술을 받은 유명 선수들이다.

하지만 안보여도 골프는 칠 수 있다. 국제시각장애골프협회(IBGA)가 주최하는 블라인드 국제골프대회서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3승을 올린 시각장애인 1급 조인찬(60) 씨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골프를 즐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평균타수 85타 내외의 조 씨는 언스트의 우승 소식에 놀라워 하며 “드라이브샷 등 스트레이트볼을 칠 때는 큰 무리가 없다. 한쪽 시력이 약하면 나머지 눈이나 다른 감각들이 좋아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50m 이내의 어프로치샷이나 퍼트 땐 매우 불리하다. 원근 측정이 어려워 라이를 읽는 게 힘들고 언듈레이션이 심한 그린에선 더욱 고전한다. 언스트는 엄청난 노력을 했거나 매우 뛰어난 감각을 가진 선수다”고 했다. 언스트는 선두에 한 타 뒤진 채 맞이한 최종라운드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홀 1.5m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아내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전서도 언스트는 정상(?)의 시력을 가진 데이비드 린(잉글랜드)이 티샷을 러프에 빠뜨리고 세컨샷을 벙커로 보내는 사이 착실히 세컨샷을 홀 4m가량에 떨어뜨린 뒤 파세이브로 우승했다. 세계랭킹 1207위에서 123위로 껑충 뛰어오른 언스트는 “사람들이 늘 내게 묻는다. 그런 눈으로 어떻게 골프를 치느냐고. 그런데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두 눈으로 어떻게 보는지 잘 모른다. 내겐 이렇게 보는 게 아주 완벽하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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