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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금이야” 티 냈다간 ‘패션 테러리스트’
금과 패션
대놓고 금빛보단 은은한 핑크·로즈골드가 대세
낡은 듯 멋스러운 빈티지 스타일과 잘 어울려

은·비즈·원석 등 활용한 커스텀 주얼리도 인기
화려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옷차림에 생기




‘개가수(개그맨+가수)’ 열풍에 한몫한 ‘형돈이와 대준이’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익살스럽고 절절한 노랫말도 재미있었지만, 일명 ‘일수 패션’으로 불린 옷차림이 가장 웃겼다. 그들은 자릿세 등을 받으러 다니는 동네 불량배의  모습이다. 허리춤까지 올린 바지에 두툼한 벨트를 하고, 딱 달라붙는 티셔츠는 그다지 좋지도 않은 몸매를 다 드러나게 한다. 폼나게 선글라스를 쓴다. 돈이 꽤 들었나 보다. 큼지막한 손가방도 옆구리에 붙인다. 어디서 본 듯한 ‘촌스러운’ 모습에 사람들은 배꼽을 잡았다.

‘촌스러움’의 완성은 정형돈의 두꺼운 목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두툼한 금목걸이에 있었다. 재테크의 수단이 된 금은 한때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노래하는 ‘형돈이’는 금목걸이로 힘자랑을 하려고 했을 터. 하지만 사람들은 외친다. “요즘 누가 저걸 해?”

요즘 인기 있는 패션 액세서리는 ‘금’이 아니다. 설사 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금’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금값 자체가 비싸서, 대중적인 액세서리로 제작되기 힘든 탓도 있지만, 대체물이 많이 생겨나면서 아예 트렌드가 바뀌었다. 은, 비즈, 가죽, 원석 등 다양한 부자재를 활용한 장신구들이 금보다 인기다. 금 제품이라고 해도 금빛은 덮는다. 붉은색을 입힌 ‘핑크골드’나 ‘로즈골드’가 대세다. 10여년 전만 해도 “나 금이야” 하는 목걸이, 팔찌, 귀고리가 많이 출시된 것과 대조적이다.

김지현 골든듀 마케팅팀 과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화이트골드(백금), 옐로골드(황금) 위주의 제품이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 고객들은 동양인 피부색에 잘 어울리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핑크골드를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핑크나 로즈골드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에는 패션계 전반의 빈티지 스타일(vintage styleㆍ오래되고 낡은 듯한 멋) 열풍과도 맞닿아 있다. 직설적이지 않고 은은한 멋이 빈티지풍 의상에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사진제공=골든듀ㆍ스톤헤지ㆍ토스ㆍ반자크]

스톤헨지의 한 관계자는 “핑크빛 골드 제품은 오래전부터 남성이 여성에게 선물하기 좋은 아이템으로 사랑받았는데, 최근엔 패션 주얼리 트렌드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급값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합금이나 원석, 비즈 등을 사용한 ‘커스텀 주얼리(costume jewerly)’가 패션 액세서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이는 1920년대 디자이너 샤넬이 “부를 과시하기 위한 장신구는 필요 없다”며 플라스틱 액세서리를 과감하게 선보인 이후 소위 ‘명품’에서도 꾸준히 출시된 바 있지만, 금 액세서리를 쉽게 구매할 수 없는 지금이 가장 ‘전성기’다.

디자인은 금ㆍ다이아몬드 등으로 만드는 ‘파인 주얼리(fine jewerly)’보다 훨씬 트렌디하다. 가격 역시 저렴해서 대중의 접근성도 높다. 기존 주얼리보다 크고 화려하며 독특한 디자인이 많아 전체 스타일링 포인트로 만점이다.


최근 김희선, 윤은혜, 한채영, 보아 등 연예계 대표 패셔니스타들도 이 같은 커스텀 주얼리를 착용하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단순하고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화려한 목걸이나 귀고리는 옷차림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디자인 자체로는 꽃, 나비 등 자연물에서 영감을 얻은 모양이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자연물 모티브는 항상 존재했지만, ‘친환경 제품’이 대두되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 더욱 강세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기에다 얇은 장신구는 여러 개를 겹쳐서 볼륨감을 더하는 ‘레이어드 스타일’이 인기다.

김지현 골든듀 과장은 “목걸이, 팔찌, 반지 등 아이템에 구애받지 않고 겹쳐 착용하는 게 유행”이라며 “금 제품의 경우엔, 아예 화이트골드와 옐로골드가 겹쳐 있는 콤비 제품도 인기”라고 전했다. 

박동미 기자/pd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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