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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사에 일감 주기 없애야…세계무대서 성공할 수 있어”
너빅 싱 그레이그룹 亞·太 회장 광고계 일침
“계열사(인하우스)가 그룹 광고를 도맡아 하는 건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독특한 방식이다. 계열사 차원의 안목으로는 세계무대에서 성공할 수 없다.” 너빅 싱<사진> 그레이그룹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회장이 지적한 한국 광고 시장의 극복과제다. 그레이그룹은 세계적인 커뮤니케이션기업 WPP의 자회사로, P&G, GSK, 화이자, 캐논, 3M, 알리안츠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광고대행을 맡고 있다.

너빅 싱 회장은 “한국 광고 시장에도 관심이 많다”며 “세계무대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면 그룹 안에서 경쟁 없이 성장하는 계열사 광고업체가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있는 광고업체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과 적극적으로 인수ㆍ합병(M&A)을 추진,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너빅 싱 회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그레이코리아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시장에는 그룹 계열사 광고회사(인하우스)가 강세지만, 세계 시장에는 독립적인 광고대행사가 대세”라며 “기업이 세계화를 이루려면 세계 시장의 패턴을 읽어야 하는데, 이런 전문성을 갖춘 게 독립 광고대행사”라고 밝혔다. 삼성의 제일기획, 현대의 이노션 등 국내 주요 광고업체와 글로벌 전문 광고대행사 그레이의 차이점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세계적인 안목과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에 그레이가 100년의 역사를 지닌 독립 광고대행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한국 광고업체가 세계적으로 성장하려면 계열사의 틀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올해 그룹 전체 국내 광고 일감의 65%(1200억원)를 계열사 이노션이 아닌 중소기업 등에 발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너빅 싱 회장의 지적과도 일치하는 변화다. 이런 변화가 이노션, 나아가 한국 광고업체의 미래를 위해선 겪어야만 하는 ‘성장통’인 셈이다.

1917년 설립된 그레이는 60년 가까이 홍보 업무를 맡은 P&G를 비롯해 세계 유수 기업의 홍보대행을 담당하고 있다. 2010~2011년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50대 기업’에 뽑혔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에는 한국을 포함해 16개국 28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그는 “해당 지역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게 그레이의 강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P&G의 ‘페브리즈’를 예로 들며 “냄새를 없애 준다는 특성을 한국 시장에선 ‘삼겹살 냄새를 제거할 수 있다’는 방식으로 풀어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트렌드와 각 지역의 특성을 접목시키는 광고를 제공하는 게 그레이의 방식”이라고 전했다.

너빅 싱 회장은 세계 광고계의 흐름에서 ‘모바일’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광고 시장이 텔레비전이나 뉴스 등을 중심으로 하는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 방식이었다면, 그 뒤로 소수 인원을 목표로 삼는 ‘내로(narrow)’ 방식으로 변했다. 이젠 개인에게 집중하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모바일 때문”이라고 말했다.

3년 안에 배 이상 매출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밝힌 그는 “한국 기업 중 디지털 분야에 강점을 지닌 업체와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맞춰 그레이도 한 단계 발전하겠다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이어 “구체적인 업체명을 밝힐 순 없지만 올해 안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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