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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 “장타 비결이요? 머리와 그립만 지키면...”
샛노란 니트웨어 상의에 꽃무늬 숏팬츠, 멀리서 딱 봐도 그녀였다. 호쾌한 장타, 튀는 패션과 외모, 샷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입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의 간판스타로 자리한 그가 올해는 경기운영과 숏게임까지 업그레이드하며 일찌감치 시즌 첫 승을 챙겼다.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22ㆍ정관장). 지난달 21일 경남 김해 가야CC에서 끝난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우승한 뒤 내친김에 2연승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오는 3일 안성 마에스트로CC에서 개막되는 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을 앞두고 훈련 중인 그를 만났다.

▶프로 5년차, 다시 골프를 알다=“이렇게 빨리 첫 승을 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제가 원래 추운 날씨에 잘 치는 편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3라운드 전반을 마치고 나니 흐름이 제 쪽으로 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2위로 최종 3라운드를 시작한 양수진은 표정 변화가 없었다. 성큼성큼 3타를 줄이자 선두였던 홍진의(롯데마트)가 흔들렸다. 결국 우승컵은 ‘강심장’ 양수진의 몫. 2010년 2승, 2011년 1승, 지난해 1승에 이어 통산 5번째 우승이다.

2월 베트남 전지훈련 때 왼손목 부상을 당한 게 오히려 ‘약’이 됐다. KLPGA 최고 장타자인 그에게 숏게임은 늘 2% 부족하게 느껴졌던 터. 그런데 손목 부상 덕분에(?) 숏게임에 눈을 뜨게 됐다. “깁스를 하고 있어서 샷연습은 불가능했어요. 남들 다 라운드 나가고 늘 저 혼자 남았죠. 정말 할 게 없어서 퍼트와 어프로치샷을 살살 연습했는데 조금씩 감이 오는 거예요. 3월 중국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미션힐스월드레이디스(4위)에서 숏게임이 잘되는 걸 보고 느낌이 왔어요. 아, 올해 좀 되겠구나.” 장타에 숏게임까지 경쟁무기 하나를 더 챙긴 셈이다.

눈을 뜬 건 숏게임 만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공격 일변도의 플레이가 바뀌었다. 자신의 흐름에 맞게 강공으로 나갈 때와 안정적으로 지킬 때를 알게 됐다. “일종의 힘 조절을 배운 거죠. 중국 대회에서 감을 많이 잡았어요. 프로 5년차에 또 한 번 골프가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예요.”

 
한국 여자프로골프의 간판스타로 자리잡은 ‘필드의 패셔니스타’ 양수진이 장타 비결과 골퍼로서의 목표와 골프를 벗어난 자신의 꿈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고 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골프 은퇴는 빨리, 다음 꿈은 패션디자이너=양수진은 우승 후 기자회견에서 예상치 못한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성형’에 대한 깜짝 고백이다. 그는 우승 후 “요새 예뻐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인터넷에 양악수술을 했다는 말이 돌기도 하지만 사실 코만 살짝 했다”고 했다. 적지 않은 여자 프로골퍼가 성형을 하지만 이를 공개하는 선수는 거의 없다. 양수진은 “어차피 숨겨도 다 아는데요”라며 생긋 웃었다. 옆에 있던 어머니는 “사실 수진이가 아픈 걸 너무 싫어해서 내가 억지로 데리고 갔다. 무섭다고 도망가길래 두번째 예약해서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양수진의 튀는 멘트는 이어진다. 가장 듣고 싶은 말이 뭐냐고 했더니 망설임없이 “옷 잘입는다는 얘기요. 그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좋아요” 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제2의 꿈은 패션디자이너. 대회 내내 화제가 됐던 꽃무늬 점프수트 등 모든 의상을 직접 고른다. “전 오랫동안 골프만 하고 싶진 않아요. 골프 선수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그 후엔 제2의 꿈인 패션디자이너를 향해 또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

▶컨디션 좋아 2연승 욕심=양수진은 지난해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1위(259야드)를 차지한 장타왕이다. 호쾌한 샷이 페어웨이를 가르는 모습은 일품이다. 장타 비결에 대해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타고나는 것같다. 퍼트는 만들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장타는 정말 타고나야 한다”고 했다. 대신 주말 골퍼들을 위한 팁으론 두가지만 기억하라고 한다. “머리가 몸의 중심인데 좌우로 움직이거나 흔들리면 스윙이 무너져요. 또 어드레스 잡았을 때의 그립 힘이 피니시까지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죠. 거리를 내기 위해 힘을 엄청 주고 때리려고 하는데 그러면 거리도 손해나고 방향성도 손실돼요. 머리와 그립, 두가지만 지키면 방향성과 거리, 다 잡을 수 있어요.”

올시즌 목표는 한번도 이루지 못한 상금왕. 컨디션이 좋아 내친김에 KGㆍ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2연승도 바라보고 있다. 내년 시즌엔 일본 무대에 진출할 계획이다. “한국에서 제가 신인왕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올해 상금왕을 하고 일본에 건너가 신인왕ㆍ상금왕을 다 하고 싶어요. 명예의 전당에도 오르고 싶고. 제가 워낙 좀 욕심이 많아요, 하하.”

안성=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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