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회장 지갑 열게 한 ‘당찬’ 알프엘이디 김대칠 사장
LED패널 부진·불황 겹쳐 부도월세 전전에 부인은 식당일까지
재기중기개발원 통해 정신무장
팬 필요없는 방열판 개발·특허
포스코 리스타트업 기업 선정
“꼭 성공해 보일것” 각오 다져
“사업 실패 후 집사람은 식당 일에 나섰고, 저는 섬에 들어가 마음을 다졌습니다. 다시 한 번 뛰어보려고 합니다. 꼭 재기에 성공하라는 의미로 회장님께서 이 LED패널을 만원에 구입해주셨으면 합니다.”
적층형 방열판을 활용한 LED 가로등 및 보안등을 생산하고 있는 중소기업 ‘알프엘이디’ 김대칠(50) 사장.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4회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 행사에서 부스를 찾아온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게 LED패널 두 개를 내밀었다. LED가 장착된 액자형 패널 안에는 김 사장의 딸이 직접 그린 정 회장의 초상화가 담겨 있었다.
김 사장의 당차고도 간절한 목소리에 정 회장은 “꼭 성공하시라”며 자신의 지갑을 꺼내 현금 1만원을 직접 건네고 초상화가 담긴 LED패널을 구입했다.
LED패널은 김 사장에겐 뼈아픈 추억이다. 2006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LED제품 유통 및 생산업체를 운영하다 결국 부도를 맞게 된 김 사장. 당시 회사의 판매 제품 중 하나가 바로 LED패널이었다. “시장을 너무 앞서나간” 탓인지 판매는 부진했고 경기침체까지 겹쳐 결국 부도 위기에 몰렸다. 1990년부터 2005년까지 유통업체를 운영하며 꽤 많은 수익을 봤지만, 새로 시작한 사업이 망하면서 소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을 처분해야 했다. 가족은 월세를 전전해야 했고 부인은 생계를 위해 식당 일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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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칠 알프엘이디 사장이 지난달 30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에게 자신의 딸이 직접 그린 정 회장의 초상화가 담긴 LED패널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
한동안 좌절에 빠져 있던 김 사장은 재기중소기업개발원 힐링캠프를 통해 말 그대로 ‘정신 무장’을 하고 재기에 나섰다.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1억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았다. LED생산업체 운영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LED 제품의 경량화와 방열량 증대를 위한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그 결과 지난 2월 적층식방열판 개발에 성공했다. 특허도 받았다.
적층형방열판은 여러 장의 알류미늄판을 겹쳐놓은 모양으로, 각 층마다 같은 위치에 구멍을 뚫어 통풍 효과를 높임으로써 발열량을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기존 방열판에 비해 부피는 작고 단위면적률은 높아 방열 효과가 극대화된다. LED램프에서 뿜어내는 열을 빨리 배출할 수 있어 LED의 수명도 길어진다. 또 기존 방열판은 방열을 위해 제품 내부에 팬(fan)을 설치한 탓에 LED제품이 무겁고 부피도 크지만 적층형방열판은 팬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김 사장은 이 기술을 활용한 LED 가로등 및 보안등을 개발, 생산할 계획이다.
알프엘이디는 포스코가 이날 개최한 ‘제4회 아이디어 마켓플레이스’에서 ‘리스타트업(Re-start Up)’기업에 포함됐다. 사업 실패를 딛고 재도전하는 사업자를 위해 포스코가 올해 처음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포스코는 알프엘이디를 포함해 이번에 새로 추가된 16개 벤처 및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적격심사위원회를 거쳐 지원 방법 및 규모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포스코 및 계열사를 활용해 관련 분야의 협력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김 사장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믿고 지원하는 포스코의 이런 프로그램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기술 자문, 사업화 방안 멘토링 등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포스코 벤처파트너스로 선정되면서 재기의 꿈을 갖게 됐다. 꼭 성공해 보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