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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르트문트 결승 선착…부활한 분데스리가의 4가지 비밀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독일 분데스리가가 스페인 라리가를 결국 넘어섰다.

도르트문트(독일)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를 제치고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선착했다. 도르트문트는 1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2-201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0-2로 졌다. 그러나 도르트문트는 4강 1, 2차 합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4-3(1차전 4-1)으로앞서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도르트문트는 1996-1997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한 뒤 16년 만에 다시 정상에 도전한다.

2일 새벽에는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와 맞붙는다. 뮌헨은 1차전에서 4-0으로 이겨, 5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은 한 결승에 합류한다.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결승에서 ‘집안잔치’를 벌이고 둘 중 하나가 우승컵 ‘빅이어’를 들어올릴 가능성이 현재로선 크다.전문가들은 세계 축구계는 지각변동 중이며 왕좌는 스페인에서 독일로 넘어가고 있다고 분석한다.

부활한 축구 명가 분데스리가. 그 비결은 무엇일까. 독일축구의 부흥은 망신에 가까운 실패를 거울 삼은 것이다. 비결엔 기업 경영, 특히 창조경제의 주축인 벤처에 적용할 키워드가 곳곳에 녹아 있다. 


▶뿌리부터 강하게=분데스리가는 유독 유소년 교육에 열을 올린다. 2011/12 시즌 분데스리가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이 리그의 총 매출은 전년 대비 7.2% 상승했으며, 지출 항목에서 가장 눈에 띄게 증가한 요인은 유스 아카데미 투자였다. 1ㆍ2부에 속한 36개 클럽을 통틀어 전년 대비 8.4% 늘었다. 금액으로는 1억200만달러(한화 약 1129억1400만원)에 달한다. 지난 4개 시즌 동안 유소년 훈련에 쓴 돈만도 9억500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13년 전, 유로 2000의 뼈 아픈 추억이 밑거름이 됐다. 당시 독일은 포르투갈ㆍ루마니아ㆍ잉글랜드와 한 조로,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 들었다. 경기 내용도 형편 없었다. 노쇠화한 선수단 구성이 패인이라는 분석이 득세했다.

분데스리가는 축구 재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리그 소속 구단은 의무적으로 유스 아카데미에 투자토록 했다. 총 투자액은 매년 6~7%씩 늘고 있는 추세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넓게 멀리보고 인재를 키운 것이다.

뮌헨의 토마스 뮐러, 도르트문트의 마리오 괴체가 이 프로젝트에서 키워진 선수다. 메시와 호날두도 이들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 축구 무대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손흥민도 함부르크 유소년팀에서 트레이닝을 받아 신성으로 성장한 케이스다. 한준희 KBS해설위원은 “잉글랜드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뛰어난 자국 선수가 없다”며 “독일은 분데스리가든 대표팀이든 독일 유망주가 근간에 있어 앞으로도 전망이 밝다”고 했다. 


▶뜨거운 가슴 대신 냉철한 머리=경영내실 경영도 분데스리가 중흥에 한 몫했다. 거물급 선수 영입에 돈을 물쓰듯 방만경영하는 타국 리그와 대조된다. 분데스리가는 지난 시즌 선수 급여 지출 상승비율이 전년대비 0.9%에 불과했다. 수익의 37.8%를 쓴 것이다. 영국 프로축구 EPL은 64%다. 뉴욕타임즈는 최근 이에 대해 “분데스리가는 선수영입과 선수단 운영에 관한 한 가슴보다 머리를 능숙하게 쓴다”고 했다. 천정부지의 몸값을 지불하고 스타를 데려오기 보단 알짜 실력의 선수를 키우는 데 능하다는 것이다.

유럽 대륙에서 독일 경제만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점도 득이 됐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의 매출에서 광고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55%다. EPL의 아스널은 22%에 불과하다. FC바르셀로나나 레알마드리드도 이 비중은 36~39%대다. 분데스리가의 수익도 매년 증가세다. 지난 시즌 27억 달러를 벌었다. EPL(32억달러)보단 쳐지지만, 스페인 라리가(23억달러), 이탈리아 세리아A(2억 달러)보다 앞선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분데스리가는 재정건전성을 앞세워 장기간 축구에 투자해왔다”며 “이게 현재 독일 축구가 잘나가고 있는 데 바탕이 됐다”고 말했다.


▶소통의 나의 힘=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분데스리가 구단(볼프스부르크, 레버쿠젠 등 기업이 세운 구단 2곳은 제외)의 지분 51%는 팬들이 갖게 했다. 아무리 돈이 많은 전주(錢主)라도 주식 49% 이상 보유할 수 없다. 구단의 주요 의사 결정에 팬들이 직접 참여케 한 것이다. 분데스리가 경기 티켓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유다. EPL에 출처가 불분명한 돈이 들어와 특정 구단의 투자가 널뛰기 하는 것과 같은 사례는 분데스리가엔 없다. 덕분에 분데스리가 경기당 관중수는 4만4293명으로 타국 리그를 압도한다. EPL도 1만명 수준이다.

▶과감한 리더십 컨버전스= FC바르셀로나 선수 출신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다음 시즌 독일행을 택한 건 분데스리가 중흥의 리트머스지라는 평가다. 과르디올라는 EPL의 첼시와 맨체스터시티가 적극 영입하려 했지만 본인이 고액 연봉을 마다하고 바이에른 뮌헨을 택해 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준희 위원은 “과르디올라처럼 유능한 감독은 독일의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 리그 재정 등을 다 고려했을 것”이라며 “분데스리가로선 최고의 리더를 영입함으로써 대내외에 위상을 더 공고히 한 셈”이라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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