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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금입니다…요즘은 금광 대신 제련공장서 더 많이 나와요”
보석용보다는 산업용으로 더 많이 쓰여

등급에 따라 24kㆍ18kㆍ12k로 나뉘어져

규격 따라 돈쭝 같은 도량형으로 불리워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안녕하세요. 저는 금(金ㆍgold)이라고 합니다. 펴지는 전성과 늘어나는 연성이 굉장히 큽니다. 반응성은 매우 작은 대신 전기 전도도가 큰 금속이지요. 무른 편이면서 밀도는 꽤 큽니다.

이렇게만 말씀 드리면 제가 그렇게 특별한 금속인지 모르시겠지요. 전ㆍ연성이 크기 때문에 섬세하게 가공하기 좋고, 반응성이 작아 철과 달리 녹스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어 쉽게 변하지 않는 장점을 지녔어요. 대부분 금속과 달리 특유의 노란 광택이 있어 귀해 보인답니다. 무엇보다 저는 다른 금속과 비교해 희소한 편이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요.

때문에 저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다툼은 그 역사가 길답니다. 저를 얻기 위해 사람들이 흘린 피만 해도 지구를 덮고도 남을 정도라고들 해요.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화가 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주겠다고 말한 것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됐다고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제가 가는 곳에 불화가 있고 전쟁이 있고 비극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귀한 저를 사람들은 어디서 캐냈을까요? 흔히들 금광이라고 알고 계시죠. 전 세계적으로 보면 정답입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상황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금의 대부분은 동(銅)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랍니다. 우리나라 연간 총 생산량 55t 중 LS니꼬동제련이 50t, 고려아연이 4t 등 동을 만드는 회사들이 금도 만들지요. 또 비철금속 기업이 재활용 과정에서 금을 추출하기도 한답니다.

특히 저를 보석용으로 쓸 경우 그 중 90%를 LS니꼬동제련에서 만들죠. LS니꼬동제련의 온산제련소가 우리나라 최대 금광인 셈이죠.

그러면 제가 주로 보석용으로 쓰이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절반 이상, 약 55%가 산업용으로 쓰여요. 연 생산량 55t 중 산업용이 무려 30t이에요. 금송아지나 반지 가은 보석용은 25t 밖에 안 됩니다. 저는 반도체 본딩 와이어(bonding wire)를 비롯, 각종 전자제품의 도금 소재로 사용된답니다.

그러면 왜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이 저를 보석용으로 덜 사용할까요? 그건 제 가격과 상관이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 제 몸값이 치솟으면서 돌반지 문화가 사라지고, 사람들이 돌잔치 때도 축의금으로 성의를 대신했지요. 기업들도 장기근속 직원에 대한 기념품을 저 대신 상품권으로 바꿨답니다.

가격이 올라 수요가 준 거죠. 수요가 늘어서 가격이 오른다는 수요공급의 법칙에서 벗어난 것이 바로 접니다.

그럼 저도 등급이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LBMA(런던귀금속거래소)에서 인증한 기업에서 만든 제가 더 신뢰받고 많이 찾는답니다. 우리나라 기업 중에서 인증을 받은 곳은 LS니꼬동제련이 유일해요. 흔히 ‘포 나인(Four Nine)’이라고 하는데요. 99.99%를 의미해요.

금은방 같은 시장에서는 ‘포나인’을 받은 저를 24k라고 부른답니다. 99.99%를 24로 나눈 것이 순금의 함량 수치로 18k, 14k 합금 제품의 제가 각각 약 75%와 58.5% 함유된 셈이죠. 저를 이용해서 대표적으로 만드는 것이 골드바(금괴)입니다. 삼성증권과 신한은행에서 만드는 골드바는 LS니꼬동제련에 제조를 위탁해 브랜드만 찍어 만드는 것이죠.

제 규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불려집니다. 금은방 등에서 취급되는 도량형인 돈쭝의 단위가 있죠. 보통 돈쭝은 3.75g, 양쭝은 37.5g입니다. 브랜드 골드바는 미터법을 사용해 10g, 100g, 1㎏, 12.5㎏으로 구분합니다.

제 가격과 달러의 가치는 반비례합니다. 달러화가 약세일 때에는 제 몸값이 오르고, 반대로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제 몸값이 내려가죠.

금 본위제가 폐지되면서 제 힘은 과거에 비해 약해졌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자본주의 시대이고, 사람들이 탐욕으로 저를 찾는 이상 제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저를 얻기 위한 사람들의 다툼과 죽음을 너무도 많이 봤습니다.

제 본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저에게 잔인함을 가르친 사람들이 변해야죠. 사람들이 저를 얻기 위해 더 이상 싸우지 않는다면 저도, 사람들도 달라질겁니다. 그것이 저나 사람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원하는 일일 겁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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