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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백웅기> 의원님들의 국회경시, 해도 너무해
“이상 호명해드린 의원님들은 본회의에 충실한 의원님들이라는 것을 속기록에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선 보기 드문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치ㆍ외교ㆍ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예정된 자리에 참석률이 저조하자 의사 진행을 맡은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출석의원을 확인했다. 덕분에 이날 출석한 의원들은 운좋게도 ‘본회의에 충실한 의원님’이라고 역사에 기록될 수 있는 영예(?)를 누리게 됐다.

질문자가 10명으로 제한돼 있던데다 이날에만 6개의 상임위원회가 다른 장소에서 각각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석의원이 고작 59명 뿐이었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날 자리는 북한의 안보 위협과 일본의 우경화 행태와 관련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외교부ㆍ통일부ㆍ법무부ㆍ국방부ㆍ안전행정부 장관이 대거 부름에 응했다. 마음대로 불러놓고 홀대할 만한 한가한 이들이 아니다. 일부는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세종시에서 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국회의원들의 명목상 출석률은 항상 실질 출석률을 웃돈다. 국회사무처는 의사정족수 확인을 위해 회의 시작 시 한 번, 점심 휴식 이후 회의를 재개할 때 한 번, 산회 때 한 번 출석을 확인하는데 이때 한 번이라도 자리를 지켰다면 출석이다. 본회의장에 입장해 단 1분이라도 앉아 있어도 역시 출석이 인정된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허점을 악용해 출석 확인만 하고 본회의장 밖에서 다른 볼일을 보는 ‘꼼수’를 부렸다고 여기고 싶지는 않다. 지역구도 챙겨야 하고, 당무도 봐야 하는 등 할 일이 많다는 반론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일에는 경중이 있고, 제때가 있는 법이다. 남북대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개성공단이 폐쇄 위기이고, 일본 총리가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각료들이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나서고 있는 때다.

알 만한 분들에게 본회의 출석체크 방식 변경이나, 무노동 무임금 적용 등의 조잔한 정치쇄신까지 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꼭 ‘매’까지 들어야 의정활동을 잘할 수 있는 건가.

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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