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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데이> “자리에 연연 않겠다” 명예로운 퇴진 선택한 어윤대
KB금융회장직 연임 포기…금융인재 양성·독립성 강화 등 성과 불구 ‘MB낙하산’ 낙인 지우기 결국 실패
“고려대학교 총장까지 한 사람이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윤대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9일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뜬금없이 ‘고려대 총장’ 경력을 언급했다. 기자들은 의아해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대학 총장은 명예로운 자리”라면서 “그만큼 명예를 중시하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어 회장이 임기 75일을 앞두고 ‘명예로운 퇴진’을 선언했다. 이로써 이명박정부 시절 대한민국 금융권을 주름잡았던 ‘4대 천왕’ 시대는 막을 내렸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은 지난해 경영에서 물러났고, 새 정부 초기 강만수 전 산은금융 회장이 퇴임했으며,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다. 홀로 남은 어 회장은 금융당국의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함구해왔다. 이 때문에 ‘연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억측이 나돌았다. 어 회장은 이에 대해 “KB금융은 정부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는 민간 금융회사”라면서 “제 입장에서 ‘연임을 한다’ ‘안 한다’는 얘기를 해야 할 하등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어 회장은 “‘다른 오해가 있을 수 있다’는 임원의 얘기를 듣고 뜻을 밝히기로 했다”고 말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가 후임 인선이 이뤄지면 연임을 둘러싼 온갖 소문들이 본인을 괴롭힐 것”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은 자타 공인 국제금융 전문가다. 33년간 대학에서 국제금융을 가르쳤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다. 한국은행 총재 하마평에도 오르내리다 2010년 7월부터 대한민국 리딩뱅크인 KB금융 회장을 맡았다. ‘못난 고려대’를 언급하면서 ‘MB 낙하산’ 낙인을 지우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 때문일까. 어 회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우리금융 및 ING생명 인수 실패, 술자리 사건, ISS보고서 사태 등 숱한 이슈를 만들어냈지만 KB금융 내부적으로는 금융인재 양성, 브랜드 이미지 제고, 독립성 강화 등에 힘을 쏟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KB금융의 브랜드가 한층 젊어졌다”고도 평가했다.

KB금융 이사회는 다음달 초 임시이사회를 열고 새 회장 인선에 착수한다. 이와 관련, 어 회장은 “민간금융섹터를 대표할 만한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진성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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