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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안희탁> 60세 정년 법제화는 시기상조
일본은 정년연장 법제화 이전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연장이나 고용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도 일차적으로는 개별기업의 실정에 맞게 노사자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순서다.



일본에서 “빨리빨리”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한국 사람은 식당에서나 비즈니스에서나 어딜 가나 성급하다고 한다. 정년연장을 논의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2016년부터 60세 정년제가 도입된다고 한다. 일본과 비교하면 충분한 논의 없이 서둘러 도입하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중ㆍ고령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언제 어떻게 도입하느냐가 중요하다.

정년제는 고용보장과 고용조정이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한국에 정년제를 도입한 건 평생고용과 연공임금이라는 한국적인 특수성에 기인한다. 우리 기업의 인사제도는 대개 정년 55세를 전제로 설계돼 조직, 승진, 임금관리가 진행됐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될 경우 55세 정년을 기준으로 한 제도 간의 균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역시 한국과 고용ㆍ임금관행이 비슷하다. 그러나 60세 정년제로 이행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따라서 정년연장 법제화 이전에 정부가 먼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주도해 정년연장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형성하고자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임금제도 개선연구 등 다양한 노력을 전개했다. 60세 정년연장을 위해 정년연장의 전제가 되는 고용ㆍ임금관행 개선을 지원하고, 정년연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발적 노력을 독려해 왔다. 일본이 1998년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당시 일본 기업의 60세 정년제 도입률은 93.3%였다.

한국의 경우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적으로 되기 시작한 건 불과 2년밖에 안 된다. 조사연구도 미흡하다. 일본에선 정년연장에 대한 노사 간의 논의도 활발히 이뤄져 왔다. 1979년에 열린 관서산업노사회의에서 노사는 정년연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근로자의 생계비가 정점에 도달하는 45~50세 이후부터 연공서열형 임금제도를 능력과 직무를 중시한 임금제도로 개편하며, 정년이 연장되는 기간에 대해서 퇴직금이 증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아직도 호봉제로 대표되는 연공서열 임금이 주를 이룬다. 이런 상황에서 현행 임금체계를 그대로 둔 채 정년연장이 이뤄진다면, 기업의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정년연장에 앞서 노사가 임금피크제와 같은 현행 임금체계 개선이 선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유도하고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은 정년연장 법제화 이전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년연장이나 고용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왔다. 즉 55세 정년을 57∼58세로 연장했다가 다시 60세로 연장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일차적으로는 개별기업의 실정에 맞게 노사자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순서다.

현재 한국에선 60세 정년제가 당면 과제다. 앞으로 고령화 추세를 고려할 때 65세까지 고용을 연장해야 할 상황이 도래할지 모른다. 성급하게 당장 정년연장을 법제화하기보단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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