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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도나도 지원해준다더니”… ‘막막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그저 앞 날이 막막할 뿐이다.”

마지막 희망까지도 빼앗긴듯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주말, 꿋꿋히 개성공단에 남아 공장을 지키던 주재원까지 철수시킨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29일 “회사에서 직원들 보기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북한이 북측 근로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린 지난 8일 “우리 주재원들이 책임감 때문에 내려오지 않고 있다. 귀환 예정은 없다”며 실낱같은 희망을 비추던 그였다.

이 대표는 “개성공단에 출근하던 직원들이 이제 여기(본사)에 출근한다. 나와서 아무런 할 일이 없으니 서로들 보기가 민망스러워진다”고 작금의 상황을 전했다. 이어 “일단 직원들에게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이야기는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남측 주재원들은 이날 오후 모두 철수, 개성공단은 적막강산이 된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주재원들의 귀환을 지켜보는 입주기업 대표들은 절망할 겨를이 없다. 당장 지금까지의 손실을 메꾸는 것은 물론 앞으로 먹고 살 길을 찾으려면 백방으로 뛰어도 시간이 모자란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A 섬유업체의 대표는 “3월에 납품한 것이 돈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왜 돈을 주지 않느냐고 따질 수도 없다”면서 “당장 어음이 돌아오는 데 돈을 구하러 아무리 뛰어도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금융권에서 너도나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방침을 밝히곤 있지만 ‘담보력’이 없는 업체들은 이마저도 그림의 떡이다.

A사 대표는 “모든 자산이 다 개성공단에 투자돼 있으니 담보로 쓸 수 있는 게 전무하다. 지원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123개 중 120개 기업에는 아예 돈이 못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대책에 대해서도 그닥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측 근로자의 전원 철수가 결정된 지난 26일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기업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29일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합동대책반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사실상 공장가동이 중단된 지난 한 달동안 연일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정부차원의 대책은 최장 9개월의 부가세 유예 뿐이었다. 향후 나올 지원책의 실효성에 대해 기대를 갖기 힘든 이유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측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피해액 추산과 보상문제 협의에 나섰다. 실질적인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입주기업 스스로가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유창근 협회 부회장은 “1차 직접 비용에 대한 추산과 함께 거래처의 간접피해와 소송 피해액 등 2차 피해액도 함께 집계할 것”이라며 “비대위 내 피해보상 태스크포스를 통해 통일부와 피해보상액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피해보전 대책 마련 과정에서 입주업체들의 입장이 제대로 전달될 지도 미지수다. 벌써부터 정부가 추산한 피해규모와 입주기업들이 자체 집계한 피해액에 차이도 엇갈리고 있는 상황.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출경조치가 이후부터 정부가 뭔가를 결정할 때 기업들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직접 소통하는게 전혀 없다”면서 “피해보상 할 때도 일방적으로 하고 통보만 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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