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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든 것 내려놓은 강덕수 STX 회장의 마지막 도전
[헤럴드경제=박수진ㆍ최진성 기자] 영웅은 열사가 될 것인가. 진퇴양난에 처한 STX호의 수장 강덕수 회장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침몰하는 STX를 살리기 위해 지분과 경영권 일체를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의 마지막 도전이 STX의 침몰을 막고 위기를 극복하는 ‘신의 한 수’가 될 지 주목된다.

29일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STX에 따르면 강 회장은 채권단에 모든 지분을 포기하고 경영권을 위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의 이름 석자 뒤에는 늘 ‘샐러리맨의 신화’ , ‘IMF가 낳은 영웅’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그가 걸어온 길은 영웅이라는 세간의 칭송에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1973년 쌍용양회에서 평사원으로 시작한 강 회장은 지난 2001년 자신이 CFO(재무책임자)로 있던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기에 이른다. IMF 당시 외국 자본에 넘어갔던 쌍용중공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강 회장은 사제를 털어 경영권을 인수해 STX그룹을 설립했다.

이후 STX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확장했다. STX팬오션과 STX조선해양의 근간인 범양상선, 대동조선을 차례대로 인수했다. 조선업을 근간으로 해상운송까지 분야를 넓혔다. 


산업단지관리공단을 인수해 STX에너지를 세우는 등 에너지, 건설업에도 뛰어들었다. 유럽 최대 크루즈 조선소인 노르웨이 아커야즈(현 STX유럽)를 인수하고 중국 다롄에 STX다롄조선소를 건설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2001년 매출 5000억원에서 지난 해 18조83000억여원으로 20배 가까이 성장했다.

물길을 가르며 대양으로 뻗어가던 STX호는 지난 2008년 암초를 만났다. 미국 발 금융위기와 이후 이어진 유럽의 재정 위기였다. 조선ㆍ해운시장의 큰 손인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경색되면서 조선ㆍ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선박 발주와 물동량이 턱없이 줄어들며 STX는 그룹 전체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다.

그룹의 성장 기반이었던 공격적인 M&A 전략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되레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STX팬오션 공개매각에 나섰지만 매수자가 없어 실패했다. 결국 산업은행이 직접 인수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도 최근 채권단 자율협약을 체결해 현재 실사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로 인한 구조조정 및 대대적인 지분 감자, 출자 전환 등이 예상된다. 강 회장과 두 딸이 지분의 62%를 갖고 있는 STX건설은 지난 주 서울 중앙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강 회장이 지분과 경영권을 모두 다 내려놓은 배경에는 ‘STX 살리기’에 대한 채권단의 적극적 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STX의 위기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 놓인 조선ㆍ해운업계의 연쇄적 침몰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STX를 적극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STX조선해양은 살리고 나머지 계열사는 매각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STX 내부에서는 말을 아끼면서도 강 회장의 백의종군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STX 관계자는 “채권단과 회장님의 대화 가운데 나온 발언인 것으로 보이나 공식적으로 확인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채권단 쪽에서 이러한 방향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상황에서는 이 방향이 맞지 않겠나. 조선 계열사 중심으로 살려가면서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는 채권단의 입장에 대해선 ‘선의’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STX조선해양에 대해서는 강 회장으로부터 주식 처분과 의결권 행사 위임권, 구상권 포기 각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강 회장이 그러한 발언을 했다면 대주주로서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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