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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광장 - 정용덕> 北核 위기와 ‘의사결정의 본질’
북핵위협 대처 의사결정과정
엇박자 소견에 국민들 우려
쿠바봉쇄 케네디 집행위 같은
협의체 검토해볼만



엘리트 이론에 의하면 최고 국정지도자는 네 가지 주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국민통합을 위한 상징 만들기, 유능한 공직 인사, 보수적인 관료제 통제, 그리고 합리적인 위기관리가 그것이다.

취임 이후 지난 두 달 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이 네 가지 모두에서 호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의외로 낮은 출범 초기의 지지도, 난산이었던 정부조직법 개정과 고위공직자 인사, 어두운 경제성장 전망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짧은 기간 박 대통령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시험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 위협이 아닌가 한다.

외국 학자가 e-메일로 걱정해주는 것과는 달리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는 와중에서도 시종일관 침착함을 잃지 않는 우리 국민의 인내와 대범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두고 한국인의 ‘안보불감증’을 염려하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38선 남북분단 이후 68년에 걸친 단련을 통해 다져진 국민의 내공에서 나오는 저력으로 이해한다.

북핵 위협에도 국민이 동요하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군대의 방위력과 최고 국정운영 사령탑의 합리적 판단능력에 대한 신뢰다. 이 기본적인 믿음이 없다면 이번 같은 위기국면에서 국민의 동요를 막을 재간은 없다.

이번 북핵 위협을 보면서 반 세기 전 미국에서 발발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를 떠올리게 된다.

이 사건의 전말은 하버드 행정대학원(Kennedy School)의 앨리슨 교수가 쓴 명저(의사결정의 본질)에 잘 분석되어 있다. 1962년 10월 14일부터 13일간 긴박하게 전개된 이 사건을 분석함에 있어 앨리슨 교수는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전통적 연구방법에 더해 ‘관료정치모형’을 아울러 적용한다.

전통적 방법이란 해당 국가(이 경우 미국과 소련)를 각각 단일의 행위자로 간주하고, 이들 간에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것으로 가정해 분석하는 방법이다. 반면 관료정치모형에서는 어떤 이들이 결정과정에 참여하고, 그들이 각각 속한 조직의 표준운영절차에 따라 어떤 지식정보와 논리 및 대안을 제시했으며, 참여자 개개인 및 소속 조직의 상대적인 힘(power)을 바탕으로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를 분석한다. 국가행정이라는 검은 상자(Black box)의 내부에서 전개된 케네디 행정부 의사결정의 본질을 복기해낸 것이다. 이를 통해 국가행정 내부에서 참여자는 각자 상이한 국익 개념, 소속 조직의 선호,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익을 의사결정에 반영하려고 애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우는 또 다른 간접 경험은 케네디 대통령이 국가안보회의(NSC)의 9인 멤버 및 핵심보좌관 5인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EXCOMM)와 둘러앉아 격의 없이 벌인 기탄 없는 토론과정이다. 이들이 격론 끝에 합의한 대안은 ‘해양 봉쇄’였고, 이 대안을 통해 소련 흐루시초프 수상의 승복이라는 쾌거를 이뤄낸다. 케네디 행정부의 이 의사결정은 미국은 물론이고 냉전시대에 세계 핵전쟁을 막은 불후의 명작으로 외교안보사에 남는다.

이번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우리 행정부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언론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련 기관장이 피력하는 ‘엇박자’ 소견을 접하면서 과연 책임있는 인사가 모두 참여, 격론을 통해 정보 오류를 걸러내고 다양한 대안의 발굴과 최적 대안의 선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염려인 것이다.

다행히도 청와대에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상황평가회의’ 등의 표준운영절차가 마련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더 나아가 케네디의 집행위원회 같은 협의체를 검토해봄 직하다. 이번 북핵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와 신 냉전기류가 감도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에 모두 기여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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