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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인사이트 - 정윤서> 말레이시아 철강산업 보호무역기조 강화
말레이시아 정부가 유일한 열연코일 생산업체인 메가스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개입은 시장 왜곡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는 한국 등 수입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등 과도한 보호무역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최근 말레이시아 철강산업에 보호무역기조가 부쩍 강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월에 단행한 한국, 중국, 대만 등 와이어로드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18개 열연규격에 대해 수입면세 폐지, 전기주석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청원 등이 있다. 왜 이렇게 말레이시아 철강 업계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최근 들어 강해졌을까.

우선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중국산 철강제품(HS 72) 수입이 급등한 점을 들 수 있다. 2009년 말레이시아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철강은 3억1700만달러였으나 2011년에는 8억7000만달러까지 늘어났다. 작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말레이시아의 최대 철강 수입국으로 부상하면서 수입액은 1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과 중국의 교역을 확대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체결한 FTA가 경쟁력이 취약한 말레이시아 철강산업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두 번째는 말레이시아의 유일한 열연코일 생산업체 메가스틸(Megasteel)로 인한 시장 왜곡을 들 수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80년 이래 열연코일 제조 라이선스를 5개 발급하였으나 현재 열연코일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메가스틸밖에 없다. 말레이시아에서 독점 지위를 누리는 메가스틸이지만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매년 영업 손실을 보고 있다.

메가스틸은 자사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자국 정부에 반덤핑 조사 혹은 세이프가드 관세부과 등 보호무역 조치를 요청하며 자사 영업손실을 줄여가려 하고 있다. 2011년 5월에는 한국산 열연코일에 대해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를 위한 조사를 청원했다가 ‘합리적 이유 없음’으로 조사가 종료되었으며, 2012년 6월에는 메가스틸의 관계사인 암스틸이 한국산 와이어로드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제소하여 지난 2월 포스코 제품에 대해 3.03%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선에서 종료된 사례도 있다.

세 번째로는 철강산업 가치 사슬 내에 위치가 다른 자국기업간의 갈등이다. 2012년 12월 말레이시아 냉연코일 생산기업 마이크론 스틸(Mycron Steel Bhd)은 냉연코일 생산의 원자재가 되는 열연코일 수요량의 50%는 메가스틸로부터 구매하고 나머지 50%는 외국으로부터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말레이시아에서 유일한 열연코일 생산기업인 메가스틸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메가스틸을 보호하기 위한 이러한 조치가 열연코일을 이용하여 다른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말레이시아 자국기업의 제품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론 스틸의 경우 열연코일을 원료로 하여 냉연코일을 생산해야 하는데 열연코일 가격이 높을수록 자사 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낮아지게 된다. 이에 품질도 좋지 않으면서 가격이 비싼 메가스틸의 열연코일을 쓰는 것보다 수입산 열연코일을 쓰는 것이 자사에 훨씬 유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여타 말레이시아 철강 회사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메가스틸 제품을 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독점적 상황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불만이 높다.

이같이 메가스틸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말레이시아 냉연코일 제품의 경쟁력도 약화시키게 되어 마이크론 스틸같이 냉연코일을 생산하는 기업은 냉연코일 제품의 수입 관세 감면 혜택을 줄여 자국산 냉연코일 제품을 보호해달라고 다시 정부에 요청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말레이사아 정부는 자국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용역보고서를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자국 철강산업 체질 개선을 위한 철강산업정책(Steel Policy)을 개발하였으며 올해 상반기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유효한 철강산업정책은 지난 2009년에 발표된 것이다. 향후 말레이시아 철강적으로 철강산업의 자율화와 규제완화를 골조로 하고 있으나 2013 산업 정책이 어떻게 변화될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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