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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산지 값 폭락해도 오르는‘묘한 한우값’
시중 쇠고기 가격이 그야말로 요지경이다. 한우 값 하락으로 생산농민들은 죽을 지경인데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쇠고기 값은 되레 껑충 뛰고 있다(본지 4월 25일 6면 보도). 실제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한우 도매가격은 평균 13%가량 떨어졌다. 특히 고기용으로 많이 쓰는 거세 한우만 따지면 16% 가까이 내렸다. 적정 사육 마리수를 웃도는 공급과잉으로 현지 농가에서 출하되는 한우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비자들이 즐겨찾는 한우 등심 값은 같은 기간 8% 올랐다. 그나마 많이 내렸다는 게 그 정도다. 그 한 달 전까지만 해도 14%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된 유통구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가격 불균형은 쇠고기 가격을 결정하는 데 정작 소 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소 값 말고도 도축 가공과 물류 운송 등에 들어가는 인건비, 임대료, 금융비용 등 반영해야 할 게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부대비용을 가격에 포함하는 것은 맞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산지 생산 가격이 소비자가격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면 문제다. 거꾸로 산지 한우 값이 폭등해 ‘금송아지’ 소리가 나올 때는 소비자가격은 지체 없이 올라간다. 그러나 ‘수송아지 한 마리 1만원’이라는 보도가 나올 때 정육점과 식당에서 등심 값을 내렸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따지고 보면 요지경인 것은 한우 값만이 아니다. 돼지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절반 수준으로 산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시중 돼지고기 값은 요지부동이다. 일반 생필품도 마찬가지다. 수입 밀 값이 폭락해도 소비자들이 밀가루나 빵 국수 등을 구매할 때는 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 국제가격과 소비자가격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가치 상승으로 수입 원유 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가격은 찔끔 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항상 나오는 정책 중 하나는 왜곡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이다. 박근혜정부 역시 다음달 중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 단계를 무작정 줄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농가 출하 조직을 더 견고하게 다지고 냉동저장시설 등 유통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게 순서다. 이런 준비없이 유통구조만 손을 대면 오히려 농민들이 판로를 찾지 못해 애를 먹을 수 있다. 유통구조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근본적 이유다. 돈벌이에 치중하는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농협 개혁도 유통구조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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