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해외 건설사업 ‘자금가뭄’ 해갈기대
朴대통령 “건설분야 정책금융 지원” 발언 이후
기존 금리비싼 외국금융 의존
정부 지원 ‘투자개발형’ 큰도움

수익 저조 단순 도급 벗어나
기획 수주 등 시장개척 탄력




국내 건설사 순위 20위권의 A사는 요즘 말레이시아에서 공을 들인 호텔 공사 수주를 앞두고 어려움에 빠졌다. 발주처에서 전체 사업비의 20% 수준인 2000만달러를 시공자가 직접 조달해 달라는 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이 회사 윤모 해외사업부장은 “회사에 유보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국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며 “금리가 비싼 외국 금융권에 손을 내미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외에서 금융조달에 애를 먹는 국내 건설사들에 희소식이 날아왔다. 범정부 차원으로 해외사업을 벌이는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강화한다는 뉴스다. 박근혜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수준 높은 건설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정책 금융지원이 필요하다”며 “관련 부처는 지원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금융 지원에 목마르던 건설업계는 쌍수를 들어 반기는 분위기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최근 발주가 많은 중남미나 아프리카, 동남아 지역에서 건설 수주를 늘리려면 금융을 동반한 ‘투자개발형’으로 가야한다”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금융 지원을 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중국, 동남아, 중동, 중남미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건설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면 글로벌 건설한류의 기상을 높이고 있지만 금융기관의 자금지원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호치민 등에서 GS건설이 건설중인 고속도로와 교량 공사현장 모습.

건설업체들이 해외에서 사업을 하는 방식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입찰에 참여해 최저가로 낙찰받아 공사비를 챙기는 ‘단순 도급’과 발주처가 원하는 공사를 설계ㆍ금융ㆍ시공ㆍ운영까지 함께 하는 ‘기획 수주’, 그리고 아예 모든 공사 과정을 시공자가 책임지는 ‘개발사업’ 등이다.

문제는 국내 건설업체가 해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90%가 단순 도급사업이라는 점이다. 도급사업은 최저가 낙찰제에 따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정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국내 건설업체끼리 출혈 과당경쟁도 많고, 최근엔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 건설업체들까지 치고 올라와 사업성은 급락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최근 국내 상위 5대 건설업체의 해외사업 영업이익률을 3.1%로 글로벌 상위 225개사의 평균(7.8%)의 절반에도 못미친다고 발표했다. 이상호 GS건설경제연구소 소장은 “덤핑 우려가 큰 단순 도급사업 위주에서 탈피하는 게 국내 건설업체들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해외에서도 발주처가 시공사에 금융을 포함한 기획 수주 형태의 요구를 많이 하고 있지만 국내 건설업체들은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최근 이집트 플랜트를 수주하면서 금융 조달을 요구해 일본은행을 주선한 적이 있다”며 “국내 은행은 자금 조달이 안되고 금리도 비싸 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박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해외 건설에 대한 금융 지원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건설업계의 기대감도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해외사업에 대한 정책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하고 조만간 관계기관들과 협의를 시작할 태세다. 해외사업 수주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는 물론 보증 만기연장, 보증요율 인하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책금융의 중복지원 방지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분담하고 공조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현재 해외사업을 지원하는 정책금융기관은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정책금융공사 등이다. 해외 에너지 플랜트사업의 프로젝트 이낸싱(PF)에 힘을 쏟고 있는 산업은행은 지난해 멕시코,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총 7건, 7억6000만달러를 주선했다. 올핸 10여개 PF 사업을 목표로 13억달러를 배정했다.

수출입은행도 해외 플랜트 사업,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PF대출, 채무보증, 이행보증 등 다양한 방식으로 21조원을 지원하고, 정책금융공사는 오는 2016년까지 해외 프로젝트에 100억달러 이상을 공급할 계획이다.

박일한ㆍ최진성 기자/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