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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강상태 접어든 한반도 국면과 개성공단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에서 시작된 전쟁 위협 국면의 시작은 유엔제재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고 적반하장으로 미국과 남한이 북한에 전쟁을 도발했다는 억지 주장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심지어 북한은 동맹국인 중국과 러시아까지 미국에 동참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 스스로 3차 핵실험이 정당하다는 것을 전쟁 위협으로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작년 12월의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을 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2013년 동북아 지도부 교체기에 북한 이슈로 동북아 정세를 주도하고 김정은의 대내외 권력기반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이를 통해 어린 지도자 김정은이 북한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지도자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한 수단의 측면이 강했다.

까닭에 북한은 이번 전쟁 국면의 결과는 어떠하든지 북한과 김정은의 승리로 끝나야 한다는 결론을 이미 정해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목적 아래 북한은 3월 30일 한반도 상황을 ‘전쟁 상황’이라고 발표하고 전쟁 위협을 극도로 고조시켜 왔다. 북한은 자신이 규정한 전쟁 상황이라는 ‘가상의 현실’을 만들어 실제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쟁 상황 조성을 통해 애초 원하는 의도, 즉 북한과 김정은의 승리를 북한 내부로 이끌어 내야한다는 점이다. 현 상황에서 종료되어도 북한은 전쟁에서 승리하였다고 할 수 있고 김정은을 전쟁에서 승리한 지도자로 만들 수 있다. 미사일도 발사하지 않고 태양절 축제에서 군 열병식도 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즉, 북한 내부적 논리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전쟁을 도발한 상황이기 때문에 미사일 배치는 미국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공세논리가 아니라 방어논리로 나온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도발했다는 ‘억지 주장’과 평화로운 북한을 대비시키기 위한 시각적 측면에서 군 열병식과 무기 공개는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실시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전쟁 위협이 고조되면서 북한 외부에서 나온 말들, 즉 특사파견, 금강산관광 재개, 미국 내 일부의 대화 필요성 제기는 전쟁 상황을 만들어온 북한으로서는 듣고 싶은 말들이며, 북한은 이를 자신이 의도한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내심 판단할 것이다.

때문에 여기서 더 나아가 ‘도발 행위’의 즉각 중단과 전면 사죄, ‘핵전쟁 연습’ 중단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요구조건들이 충족되면 가시적인 성과물을 얻게 된다.

그러나 뚜렷한 결과물이 없을 경우, 개성공단은 북한이 만든 가공의 전쟁 현실에서 써먹을 수 있는 전과물의 실제 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카드다. 개성공단 문제는 북한이 만든 전쟁 국면에 이용하기 위한 담보물인 셈이다. 즉 개성공단은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인해 조성된 대북 국제공조를 남북대결국면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국면전환용’ 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설사 개성공단이 정상화되어도 북이 유리한 조건에서 갑이 되는 입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소강상태에 접어든 현재 국면을 북한이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개성공단을 이용하게 될 경우, 진짜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는 화근이 될 수도 있는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국민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북한이 만든 ‘전쟁 상황’ 국면을 더 연장시키지 않는 조치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남광규ㆍ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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