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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주 ‘롤러코스터 점유율’ 의 비밀
한달새 점유율 무려 10%P 출렁 왜?
병당 몇십원 이지만 수백 상자땐 큰돈
도매상들 사재기 요인 설득력 있어
現 산출방식 공신력 떨어져 개선 시급




주요 소주업체의 시장점유율이 한 달 새 10%포인트 가량 출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산업ㆍ업종에선 찾아보기 힘든 변동성이다. 소주업계는 이 숫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존심 싸움도 한다. 상위권 업체의 순위가 뒤바뀌어서다.

점유율 진폭이 워낙 큰 탓에 국내 10개 소주업체 가운데 ‘톱2‘였던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무학의 ‘좋은데이’에 밀려 한 단계 떨어진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주류산업협회의 2월 소주 출고량 집계 결과 나타났다. 1위인 하이트진로의 ‘참이슬’도 작년 12월~ 올 2월의 점유율 변화는 ‘49.8%→39.9%→49.4%’로 오락가락이다. 소주점유율이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요동치는 원인은 의외로 간단했다.

소주시장 점유율 변동의 비밀은 소주가격 인상에 숨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특정업체가 소주값을 올리면 그 다음달엔 점유율이 바로 내려간다. 이렇게 하락한 점유율은 다른 소주업체가 나눠 갖는 식이다. 


예컨대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은 작년 12월, 출고가를 72원(888.90→961.70원, 8.19%)원 올렸다. 이 때문에 올 1월 시장점유율은 39.9%로 내려 앉았다. 출고가 인상 전인 작년 12월엔 49.8%였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소주값이 오른다는 소식이 들리면 도매상들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다른 소주 브랜드를 구입한다”며 “이런 걸 ‘가수요‘라고 하는데 점유율은 가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도 ‘가수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난 1월 19일 ‘처음처럼‘의 출고가를 평균 8.8% 인상하면서 2월 점유율 수치가 기존 21.0%에서 12.5%로 8.5%포인트나 빠진 것. 롯데주류 관계자는 “출고가 인상에 따라 도매상들의 사재기가 일어나기 때문에 점유율 수치가 하락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소주값 인상은 도대체 얼마나 파급력이 있기에 도매상들이 사재기에 나서는 걸까. 점유율을 산출하는 기준인 360㎖짜리 30병인 소주 한 박스를 기준으로 볼 때 출고가를 8%가량 인상한다고 치면 박스 당 2300원 정도 오른다. 언뜻 큰 가격차가 아닌 걸로 보이지만, 업계의 판단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한 박스에 2000원 넘게 오르면, 한 달에 수 백만 상자씩 취급하는 도매상들엔 충분히 사재기를 할 요인이 된다”고 했다.

일각에선 현행 점유율 산출 방식이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한다. 주류산업협회는 각 소주회사에서 생산하는 소주의 출고량만을 계산해 점유율로 발표하고 있다. 소주업계는 2010년 이전까진 각 회사가 주류 도매상에 넘긴 소주의 양을 산출하는 판매량 집계를 해왔다. 출고량보다 정확한 수치다. 그러나 하이트진로가 2009년 하반기, 주식시장 상장을 위해 판매량 집계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다른 업체들도 이를 공표하길 꺼리는 분위기가 돼 출고량으로 시장점유율을 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장 부지가 넓으면 창고를 많이 지어서 생산된 소주를 쌓아두는 식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게 현행 점유율 산출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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