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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 칼럼 - 강윤선> 누구나 한때는 ‘잘나간다’
내일은 직원과 사이판으로 여행을 떠난다. 32년 전, 미용실을 처음 열고 살롱 경영을 시작하면서 나는 직원과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입사 10년 된 직원과 함께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다”고.

그리고 입사 10년 되는 직원과 떠나는 그 여행은 해마다 가슴 설레고 흥분되는 가장 큰 행사가 되었다. 내일 나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16명의 10년차 직원은 엊그제만 해도 단발머리에 책가방을 맨 어린 소녀들이었는데, 이제는 어엿하게 나와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회사 대표와 함께 가는 여행이라면 일반적으로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데 우리 직원은 나와 떠나는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고맙기도 하고 스스로 뿌듯해진다.

그런데 요즘 나는 이 여행이 두려워졌다. 체력 때문이다. 한때 나는 젊은 직원보다 술도 더 잘 마셨고, 밤새 어울릴 정도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언제나 최고였다. 그러다보니 얌전하고 숫기없던 어린 직원을 다독거리며 용기와 꿈을 주고, 강하게 동기부여하기에 유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엔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안타깝다. 여전히 해마다 어린 직원이 입사를 하고,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도전의식도 길러주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젊었을 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는 그것이 더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예전의 내 능력, 요컨대 술 잘 마시고 밤을 잘 새우던 그 능력이 아닌, 새로운 능력을 찾아 길러야겠다고 결심했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다. 아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사람도 그 영광을 계속 누릴 수는 없다. 늘 새로운 능력을 길러야 한다. 젊은 시절, 한때 누구나 한 번쯤은 꽃피운다. 하지만 사람이 정말 빛나는 때는 그 꽃이 진 후의 삶이다. 내가 이제 젊은 날처럼 술을 즐기고, 젊은 직원보다 더 잘 놀며,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방식으로 인재관리를 할 수 없듯이 말이다. 나는 지금 꽃이 진 후의 삶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술도 못 마시고, 밤도 못 새우는 나는 어떻게 직원을 관리해야 할까.

이런 고민 끝에 나는 몇 년 전부터 긍정심리학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 공부도 하고 가끔 대학에서 강의도 한다. 또다른 능력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더이상 체력으로는 안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긍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사람의 인생에 특별한 결과를 준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우리 직원에게도 시간이 날 때마다 ‘목표와 긍정’을 주제로 자주 이야기를 한다. 흔한 말이지만, 세상은 ‘목표 있는 사람’과 ‘목표 없는 사람’으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또 ‘행동하는 사람’과 ‘행동하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그 말에 비추어 보면 나는 비교적 ‘목표 있는 사람’이고, 행동하는 사람’이었던 것 같다. 32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젊음이 진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또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판에서 나는 10년지기 직원과 더이상 예전처럼 ‘찐하게(?)’ 먹고 마시며 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젊은 능력이 아닌, 새로운 능력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려고 한다. 두근두근, 벌써부터 설레어 온다. 옛날만큼은 잘 못 놀지만, 직원은 실망하지 않으리라. 이미 나는 ‘잘 나가던’ 시절을 버리고, 새롭게 무장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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