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민감 에너지·화학 넘어 수출 타깃 배터리·태양광 등 사업 다각화 배터리, 中 수요 잠재력 있어 매력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정유 같은 기존 에너지ㆍ화학사업에서 더 나아가 배터리ㆍ태양광 등 첨단 정보전자소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영토확장론’을 제시했다. 국내외 경기 등에 영향을 받는 주력인 정유사업 대신 정보전자소재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과거 영토를 늘리는 데 주력했던 바이킹처럼 사업 다각화를 이루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표이사(CEO)이기도 한 구 부회장은 지난 19일 서울 망원동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임직원 60여명과 함께 한 ‘꽃길만들기 봉사활동’이 끝나고 기자와 만나 “2004년 개발에 성공한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LIBS)은 세계시장 2위이고, 2011년 상업생산을 시작한 연성동박적층판(FCCL)은 경쟁이 심하지만 승산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2년간 미국의 구리ㆍ인듐ㆍ갈륨ㆍ셀레늄(CIGS) 박막 태양전지 업체 2곳을 인수했다. 내년이면 투자가 본격화돼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건물 자체에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다시 활용할 수도 있는, 창조경제에 걸맞는 첨단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주력해 온 배터리 사업에 대해 구 부회장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셰일가스로 인해 1991년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스모그가 심한 중국 시장이 수요 잠재력이 있어 향후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증설을 해야 하는데 업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현재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으로, SK그룹의 글로벌 경영 일선에 서 있는 구 부회장은 “나름대로 열심히 뛰고 있지만, 각국 정상과 네트워크가 형성된 ‘오너’ 최태원 SK(주)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같은 날 오전 구 부회장은 처음으로 자사주 1966주를 매입, 지분 0.01%를 확보했다. 그는 “CEO로서 회사 주가가 너무 저평가됐다고 생각해 나섰다”며 “책임경영의 뜻도 있다”고 전했다. 오전 9시50분 13만9500원까지 떨어졌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구 부회장의 자사주 매입 사실이 공시된 뒤 14만500원까지 오르며 장을 마쳤다.
SK이노베이션은 같은 날 봉사에서 설립하고 운영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행복한농원을 통해 관목ㆍ초화류 1만5000본을 구매, 이 중 9200여본을 한강시민공원 내 약 298㎡(90평) 부지에 심었다.
구 부회장은 “행복한농원 종사자는 노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 대부분”이라며 “우리가 꽃과 나무를 행복한농원에서 사서 심게 되면 그들도 일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