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ㆍ박수진 기자]이공계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김모(59) 씨는 자신에게 루게릭병이 발병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는다. 나날이 위축되는 근육만큼이나 삶의 활력을 잃어가던 김 씨에게도 8개월전부터 희망이 생겼다. 장애인 안구마우스 ‘아이캔(eyeCAN)’이 그것이다. 이제 김 씨도 아이캔을 사용해 가족들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또 아이캔을 통해 기존에 운영하던 회사의 업무 지시도 하고 있다. 가족들은 아이캔이 김 씨에게 힘을 주고 삶에 애착을 갖게 해줬다며 고마워한다.

최근 기업들의 장애인 사회공헌이 진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기업의 장애인 대상 사회공헌 활동이 ‘공헌’에만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요즘은 기업 특성에 맞춰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업(業) 연계형 사회공헌’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따뜻한 기술’ 등 기술개발, 기업의 특성과 연관된 서비스 제공 등 ‘업(業) 나눔’이 보편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이캔 마우스와 현대자동차의 ‘이지무브’는 ‘따뜻한 기술’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보급을 시작한 아이캔 마우스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눈동자 움직임으로 PC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구마우스로, 기존 1000만원대의 안구마우스와 비교했을 때 개당 5만원 수준의 혁신적 제품이다.

현대차는 자동차기업 답게 장애인의 이동성 확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2005년 휠체어 슬로프, 회전시트 등을 장착한 이지무브(Easy Move) 차량을 개발ㆍ보급해 왔으며, 나아가 사회적기업인 (주)이지무브를 설립해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인 이지무브는 장애인과 노인들을 위한 보조ㆍ재활기구를 생산ㆍ판매한다.

이동통신 3사는 ‘소통’이라는 업의 특성을 활용해 사회공헌을 펼친다.

SK텔레콤은 2007년 영상통화를 이용해 수화로 고객 문의 사항을 상담하는 ‘3G+영상고객센터’를 개설, 기존의 음성전화서비스에서 소외돼 있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 임직원과 자원봉사자가 신간 시집과 문학도서를 낭독ㆍ녹음한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을 만들어 기부하는 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보네이션(Vonation)을 실시키로 했다. KT는 2003년부터 ‘소리찾기 사업’을 통해 청각장애 아동들에게 귀 수술을 지원해 413명에게 소리를 되찾아줬다.

이용우 전경련 사회본부장은 “사회공헌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지 10년을 넘어서면서 기업들이 각자 자신의 업의 특성에 어울리는 공헌활동을 찾아가고 있다”며 “업(業) 연계형 나눔은 공유가치창출(CSV)과 더불어 앞으로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주축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