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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시간에게 시간주기’ 외 출판 다이제스트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시간에게 시간주기(안길수 지음/M&K)=스페인 산티아고가 뭐기에? 이 에세이는 그런 의문에 진지한 설명 대신 가벼운 수다로 길을 안내한다. 10년차 신문기자답게 호기심과 탐색에의 열정에서 시작된 여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슴속 아픔과 상처들이 드러나면서 내면의 자신과 직면하는 시간으로 바뀐다. 무엇이 옳고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새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그의 삶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인생의 결단을 내리는 STEP 10, 남자의 모자람, 남자의 고민 등 남자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낸 게 남다르다. 순례여행 후 사표를 쓰고 네팔 안나푸르나 등을 1년 동안 헤매다 벤처 창업으로 다시 꿈을 찾은 저자의 첫 깨달음의 여정을 하루하루 따라가 볼 수 있다.

▶나무와 곤충의 오랜 동행(정부희 지음/상상의 숲)=나무와 곤충은 야생의 오랜 친구이자 적이다. 나무는 가시와 털, 독을 방어무기 삼아 곤충을 막지만, 곤충은 나무를 비웃듯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 자리를 잡는다. 나무가 늘 곤충을 내치는 것도 아니다. 번식 시기가 되면 많은 비용을 들여 꽃을 치장하곤 곤충의 방문을 기다린다. 나무와 곤충은 애증의 관계다. 온 세상을 덮을 듯 봄날을 장식하는 조팝나무 꽃은 10일을 버티지 못한다. 어린 새 잎이 본격적으로 자라나면 아기 굵은줄나비 세상이 된다. 두릅나무 새순의 독특한 향은 식욕을 자극하지만, 이 향은 두릅나무가 온몸에 퍼트린 독물질 냄새다. 자기 몸의 세포 조직을 변형시켜 가시를 만들어 경고하지만 새똥하늘소는 가시를 밟고 다니며 독 있는 나무껍질을 뜯어 씹어먹는다. 긴 생명력을 지닌 나무와 이를 먹이 삼는 곤충의 야릇한 한살이가 흥미롭다.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질베르 리스트 지음ㆍ신해경 옮김/봄날의 책)=하나의 신앙으로 자리 잡은 발전, 성장의 개념이 고대그리스 시대 이후 어떻게 변화돼왔는지, 발전 개념이 가진 근본적인 모호함의 정체를 밝힌 역작. 저자는 특히 근대에 이르러 발전 개념이 어떻게 식민주의ㆍ근대화를 거치며 비서구사회에 간섭과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됐는지 주목한다. 발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전의 수레바퀴를 돌려온 역사적 인물들을 한 명씩 소환해 근현대사 속에서 어떻게 기능을 했는지도 살핀다. 자본주의에 대항했던 사회주의국가 및 사회주의적 대안들 역시 생산력의 확대를 통한 무한 성장이라는 발전 신앙에 갇혀 있었다는 지적은 인상적이다. 

▶오르한 파묵(이난아 지음/민음사)=국내에 소개된 10종의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모두 번역한 저자의 파묵에 대한 연구서. 파묵과 교류해온 결과물로 파묵의 데뷔작인 ‘제브데트 시와 아들들’을 비롯해 최근작인 ‘순수박물관’, 에세이 ‘이스탄불-도시 그리고 추억’까지 파묵의 모든 작품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이스탄불이 낳은 작가로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파묵이 살아온 삶을 조망했으며, 파묵과 가진 여러 차례의 인터뷰, 직접 방문한 도시에 대한 기록이 어우러져 파묵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작가와의 교감이 번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2012년 ‘순수박물관’ 개관식에 초청돼 소설을 어떻게 공간으로 재현했는지 보여준다. 지난 13년간 직접 찍은 사진과 집필실 풍경 등 40여장의 사진도 들어 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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