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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76승보다 무거웠던 1승’ 코끼리 감독, 첫 승 하던 날
1476승보다도 더 무겁고 어려운 1승이었다. 프로 최다승,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의 꼿꼿한 승부사도 천신만고 끝에 거둔 1승엔 눈물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김응용(72) 한화 이글스 감독이 마침내 2013 시즌 첫 승을 거뒀다. 9년 만에 현장에 복귀한 뒤 첫 승. 삼성 감독으로 있던 2004년 10월4일 이후 3117일 만에 거둔 승리이기도 하다. 16일 대전구장에서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6-4 역전승을 거둔 뒤 김 감독은 울다 웃었다. 해태와 삼성에서 숱한 전설을 썼던 한국시리즈에서도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시작은 불길했다. 이미 프로야구 개막 최다연패(13연패)의 불명예 신기록을 쓰고 있던 상황. 막내구단 NC마저 잡지 못하면 연패는 끝도 없이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1회부터 실점에 실책이 이어졌다.


0-1로 뒤진 1회 2사 2루에서 좌익수 정현석이 권희동의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는 어이없는 포구 실책을 범해 추가점을 내줬다. 김응용 감독은 또다시 덕아웃을 박차고 나갔다. 이 실책을 빌미로 1점을 더 내주고 2회에도 추가 실점하며 0-4로 뒤졌다. 한화 덕아웃은 또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3회 김태균의 2타점 2루타와 최진행의 1타점 적시타로 한화는 3-4로 턱밑까지 따라붙었고 5회엔 고대했던 김태균의 시즌 첫 홈런이 터졌다. 1사 1루에서 상대선발 에릭의 높은 커터를 잡아당겨 역전 투런아치를 그렸다.


선발 바티스타가 6회 2사 만루를 만들고 내려가면서 또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NC 김종호가 우측 외야로 날린 타구를 우익수 김태완이 몸을 날려 잡으며 고비를 넘겼다. 김응용 감독은 덕아웃에서 목을 쭉 빼고 김태완의 수비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이런 모습도 처음이었다. 결국 천금같은 승리를 챙긴 김 감독은 코치들에게 수고했다고 한마디 한 뒤 서둘러 덕아웃을 빠져나갔다.

처음으로 헤드셋을 쓰고 TV 중계방송 인터뷰 자리에 선 김 감독은 여러 생각이 교차한 듯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호기롭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예전엔 그렇게 쉽던 승리가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선수들의 집단 삭발, 이틀 만에 선발투수를 다시 쓰는 투수 혹사 논란. 비난이 끊이지 았았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이긴 것같다. (나도) 울만 했다”고 멋쩍어 한 뒤 “너무 많이 패하면서 ‘이게 야구구나’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오늘 승리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이기니까 참 좋네. 처음으로 헤드셋 써보고 인터뷰도 해보고…허허”라며 특유의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코끼리 감독’의 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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