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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명승지 깃든 정철 정신 살리고 싶다”
관동팔경 걷기 기획…정준 세계걷기본부 사무총장
군부대안에 위치한 현실 안타까워
에세이 출간등 송강 재조명에도 힘써



동해안 관동팔경을 꾸준히 관광과 걷기 콘텐츠로 만들고 있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사)세계걷기본부 사무총장이자 문화기획가인 정준(57·사진) 씨다.

정 총장이 400여년 전 송강 정철이 쓴 기행가사이기도 한 ‘관동별곡’의 무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76~1979년 관동별곡의 출발지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인 삼일포, 청간정이 바라보이는 강원도 고성의 DMZ에서 군복무를 하면서부터다.

“군복무 기간 중 짬짬이 시간을 내 8경을 답사하면서 충격을 받았어요. 당시에는 고성의 청간정이 군부대 안에 위치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전혀 볼 수가 없었어요.”

결국 정 총장은 관동팔경 중 북한에 위치한 총석정, 삼일포와 고성의 청간정을 제외한 나머지 5경만 답사했지만 언젠가는 민족의 보물이자 한반도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관동팔경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가사문학가인 송강에게 더욱 매료된 그는 역사소설 ‘풍류남아안토니오꼬레아’를 창작하던 1990년대 초에 송강의 사당과 묘소가 있는 충북 진천에서 3년간 머무르기도 했다.

“외환위기가 찾아왔던 1999년, 제가 해남 땅끝마을에서 ‘땅끝, 보길도로 떠나는 문학여행’을 기획 진행했는데요. 윤선도의 ‘어부사시사’를 주요 테마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감동받는 모습을 보고는 관동별곡을 테마로 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동해안에서 하게 될 날을 꿈꾸었어요.”

2009년 당시 한국관광공사 오지철 사장으로부터 ‘관동별곡 8백리 답사 단장’으로 위촉된 정 총장은 고성 화진포에서 삼척 죽서루까지 코스를 개척하고 ‘관동별곡 8백리 길’이라고 명명했다.

“박왕자 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9년부터 지난 4년간 난관 속에서도 고성군과 함께 ‘관동별곡 8백리 걷기대회’를 개최해 왔어요. 정철의 정신과 문화의 흔적을 찾아 걷다보면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길의 분위기를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죠.”

정 총장은 아예 ‘관동별곡 8백리 길’에 관한 여행 에세이 ‘송강 정철과 함께 걷는 관동별곡 8백리’를 최근 출간했다. 정 총장은 “올해는 송강 서거 420주년이자 금강산 관광 중단 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라면서 “책에서는 한글의 연금술사이자 탁월한 문화 예술인인 송강의 드라마틱한 일생을 재조명하고, 삶의 부침 속에서도 관동별곡 등 가사와 한글 시조, 한시를 창작한 송강의 뛰어난 상상력과 혁신적인 창의력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관동팔경을 거닐면서 송강의 작품을 생각하면 더욱 그 느낌이 잘 살아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정 총장은 오는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으로 ‘송강 정철과 함께 걷는 관동별곡 8백리-고성군문화관광 포럼’을 연다. 이 자리에서는 화진포의 김일성 별장으로 알고 있는 건물의 원래 주인인 ‘푸른 눈의 성자’ 닥터 셔우드 홀의 업적을 발굴하고 북한 결핵퇴치사업을 추진하게 된 숨은 이야기도 발표된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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