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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짓언어도 미술이라고? 코리아나미술관의 ‘퍼포밍 필름’ 전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코리아나미술관(관장 유상옥)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특별전을 연다.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한 이 미술관은 지난 10년간 혁신적인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현대미술을 국내에 소개해왔다. 비록 전시의 규모는 크지않아도 그 내용과 완성도가 탄탄한 데다, 미술관의 지향점 또한 일관성을 갖춰 미술계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번 10주년전 역시 색다르다. 퍼포먼스, 무용, 연극 등 다양한 종류의 신체 움직임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퍼포밍 필름(Performing Film)’전이다.

전시에는 인간의 몸을 활용한 신체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제시한 각종 영상 작품이 망라됐다.이를테면 오스트리아의 개념미술가 겸 안무가인 빌리 도르너는 ‘셋 인 모션’이라는 타이틀의 작업에서 매우 과격하면서도 실험적인 작업을 보여준다. 중고가구점에서 실행된 신체 퍼포먼스를 담은 이 필름 영상은 의자, 책상 등 가구를 활용해 벌이는 퍼포머들의 춤이 위태로우면서도 흥미롭다. 의자 아래 끼어있거나 책상과 책상 사이에 들어가는 등 퍼포머들은 우리가 가구에 대해 평소 행하던 행동과는 전혀 다른, 매우 기이한 행위를 끝없이 보여준다.

그들의 낯설고 역동적인 신체 퍼포먼스는 일상의 가구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사정없이 뒤흔들며, 이를 재사유하게 한다. 동시에 우리에게 친숙했던 가구 등 주변 오브제와 현대 공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퍼포먼스와 비디오아트를 넘나들며 작업하는 니콜라 플로크(프랑스)의 ‘퍼포먼스 페인팅2’도 흥미롭다. 퍼포먼스와 회화적 요소를 결합한 이 작업은 하얀 옷을 입은 남성 무용수가 천정에서 계속 떨어지는 검은 물감방울을 활용해 춤을 추는 장면을 담았다. 신체 퍼포먼스의 흔적으로 검게 물들어가는 흰 방은 마치 3차원적인 액션 페인팅을 보는 듯하다.

사람들이 무수히 오가는 쇼핑몰에서 헤드폰을 끼고 나홀로 격렬하게 댄스를 추는 질리언 웨어링(영국)의 ‘페컴에서의 춤’은 공공 영역에서 사적인 신체 퍼포먼스를 수행함으로써 벌어지는 충돌을 탐구한 작업이다.

이밖에 강렬한 다이나미즘으로 명성이 높은 윌리엄 포사이스&티에리 드 메이의 공동작업과 데이비드 힌튼, 알랭 그스포너의 작품도 볼 수 있다. 특히 윌리엄 포사이스의 안무 ‘하나의 평평한 것(One Flat Thing)’을 티에리 드 메이가 영상으로 바꾼 ‘하나의 평평한 것, 재생된’은 무용수 14명의 격렬하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이 가히 압도적이다. 총 전시작은 모두 11명(팀)이 제작한 영상및 필름 14점이다.


유승희 부관장은 “이번 전시는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을 통합하는 ‘비물질성으로서의 몸짓 언어’가 영상이라는 무빙 이미지와 연동되면서 우리의 지각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예술의 본질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자유와 해방의 언어로서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몸짓 언어가 그 것을 바라보는 감상자의 삶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리아나미술관이 어느새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셈이고, 앞으로도 늘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이겠다. 특히 코리아나화장품이 설립, 후원하는 미술관인만큼 신체, 화장 등에 촛점을 맞춘 기획전을 개최하되 이를 심화시킨 독특한 전시와 이벤트를 꾸준히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전시는 6월 15일까지. 성인 3000원. 02-547-9177.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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