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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두 뒤축 한쪽만 유난히 닳았다면…당신 손은 이미 떨고있다
손떨림·기억력장애·우울증 나타나면
퇴행성 뇌질환 파킨슨병 진행 의심을
최근 45세 이전 젊은층 환자 증가세

‘뇌심부자극술’ 등 유전자 치료개발 활발
끈없는 신발·지퍼달린 옷 증상완화 효과



마오쩌둥, 히틀러, 무하마드 알리, 마이클 J 폭스, 김근태 의원….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바로 파킨슨병을 앓았다는 것이다. 대표적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은 치매ㆍ뇌졸중과 함께 3대 노인성 질환으로 꼽힌다. 전 세계적으로 60세 이상 노년기 인구의 약 1%가 발병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발병률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3만798명에서 2011년 6만8552명으로 약 2.2배 가까이 급증하는 추세다. 또 전체 환자의 약 8%가 45세 이전 발생해 젊은층에서도 심심찮게 발병한다.

▶몸이 느려지거나 손발 떨리고 구두 한 축이 닳으면 ‘파킨슨병’ 이미 진행 중=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병이다. 도파민은 운동신호를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몸을 부드럽고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파킨슨병은 4대 운동증상이 특징이다. 초기 증상으로는 손떨림이 있다. 한 쪽 팔이나 다리의 움직임이 불편해지고 끌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구두 한 쪽의 뒤축이 유난히 닳게 된다. 또 강직 및 보행장애가 나타나며 자세 불안정으로 인한 균형장애, 서동(몸의 움직임이 느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면 양팔이 떨리고 다리나 턱 혹은 혀에서도 떨림이 발생하게 되며, 옷 단추를 잠그거나 손이 떨려 제대로 글씨를 쓸 수가 없다. 얼굴에서는 표정이 없는 ‘표정 감소’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비운동 증상으로는 원인 모를 통증, 기억력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등이 나타난다.

정선주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러한 증상은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70% 이상 소실되었을 때 비로소 발생하기 때문에 증상이 심하지 않고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파킨슨병 환자일지라도 뇌에서의 질환 발생은 이미 5~6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조기 발견해 약물치료 등으로 적절하게 대처한다면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을 정도로 관리가 가능하다.

▶표준치료제 ‘레보도파’ 환자의 절반 이상이 ‘약효소진 현상’ 경험=파킨스병의 치료목적은 증상을 완화시켜 환자의 일상생활 유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초ㆍ중기에는 주로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부족해진 도파민을 보충해주는 ‘레보도파’라는 약물은 파킨슨병의 표준치료제로 알려져 있다.

김중석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 약은 2~3년 동안은 ‘허니문시기’로 불릴 정도로 치료 효과가 탁월하지만 복용 후 평균 3~5년이 지나면 약 50%의 환자에게서 ‘약효소진 현상’에 따른 후기 운동합병증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즉, 아침에 약을 먹은 후 점심 약을 먹을 때까지 증상이 잘 조절되던 사람도 약효소진 증상이 나타나면서 점심 약을 먹기 전에 약효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회장 김재우)가 지난 11일 세계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국내 파킨슨병 환자 2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레보도파를 최근 10년 이내 복용하고 있는 환자 10명 중 4명이 약효소진 현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재우 회장은 “약효가 떨어져 환자가 임의로 복용량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직여지거나 팔다리가 꼬이는 증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병의 진행이 빨라져 매우 위험하므로 즉각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밖에 도파민 효능제로 리큅피디와 뉴프로가 있고, 도파민 분비촉진 및 재흡수 차단제인 아만다틴 등이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 효과 못보면 ‘뇌심부자극술’, 줄기세포ㆍ유전자치료 개발도 활발=약물로 호전이 안되면 수술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 과거에는 외과적인 수술로 운동장애를 일으키는 시상하핵을 절제하는 방법이 사용됐으나 최근 각광받는 수술법은 뇌의 시상하핵에 1㎜의 가느다란 전극을 심고 이 전극을 통해 운동회로에 자장을 걸어서 떨림과 강직, 서동 등의 파킨슨병 증상을 없애는 뇌심부자극술이 주로 쓰인다.

정선주 교수는 “뇌심부자극술을 시행하면 약물 사용량이 줄어들어 부작용 빈도가 낮아지고 몸이 꼬이는 이상운동증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으며, 특히 파킨슨병의 떨림증상은 약물로 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많지만 뇌심부자극술로 없애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 등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끈없는 신발과 지퍼 달린 옷 입고, 부드러운 매트리스 침대는 피하는 게 좋아=파킨슨병 환자는 적절한 약물치료 등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생생활에서도 자신의 운동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걸음걸이가 불편하므로 미끄러운 바닥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고무바닥으로 되어 있는 신발은 피하며, 끈이 없거나 지퍼가 달린 신발이 도움이 된다. 의자 사용 시 깊고 부드러운 의자보다는 어느 정도 딱딱하면서 충분히 높고 넓은 의자가 좋으며, 의자의 앞다리 부분을 조금 잘라내 앞으로 약간 기울게 하면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훨씬 수월하다. 침대는 돌아눕거나 일어나기가 불편한 부드러운 매트리스는 피하고, 침대 옆에 팔걸이가 달린 의자를 놔두는 것이 좋다. 목욕탕의 욕조 위나 화장실 벽에 설치된 보조손잡이를 항시 이용하고 반드시 욕조나 샤워기 밑에 고무로 된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도 중요하다.

파킨슨병 환자는 피부나 모발에 기름기가 끼는 경우가 있는데 자극성이 없고 약산성인 비누와 샴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옷은 단추가 많은 것보다는 지퍼처럼 쉽게 입고 벗을 수 있는 것이 좋다.

김태열 기자/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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