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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석원&정우현
한국 1위 넘어 중국 대륙 정복 꿈꾸는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
흰 화폭에 놀라운 세계를 창조하는 화가 사석원에 늘 무한자극



한 사람은 1948년생, 또 한 사람은 1960년생. 쥐띠 띠동갑인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다. 그리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빅팬’이다.

글로벌 피자 거함들을 죄다 누르고, 이 땅에서 매출 및 점포 수 1위를 달리는 미스터피자의 오너 정우현 MPK그룹 회장과 화가 사석원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절친한 친구요, 찰떡궁합처럼 붙어 다니며 미식 순례에 나서고,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동지다. 둘의 ‘맛있는 동행’을 따라가 봤다.

남들은 모두 잠자리에 드는 밤 10시. 사석원(53)은 방배동 집을 나와 바로 옆 화실로 출근한다. 그리곤 밤을 새워가며 화폭과 씨름하곤, 새벽 4시30분이면 퇴근해 잠에 빠져든다. 사석원이 잠에서 깨어나는 오후 3, 4시쯤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온다.

“영소(永少), 오늘 괜찮으면 같이 저녁 할 수 있나요?”

화가 사석원에게 이따금 이렇게 ‘번개’를 치는 이는 미스터피자의 사령탑 정우현(65) MPK그룹 회장이다. 맛난 음식과 술이 있는 자리라면 십리길도 마다하지 않을 사석원이니 답은 보나마나다. ‘번개팅’의 성사확률은 거의 90%다. 두 사람은 저녁 7시쯤 만나 밥집으로 직행한다. 행선지는 사방팔방 제한이 없다. 가장 가까운 방배동 서래마을의 이자카야에서부터, 서초동 예술의전당 앞 골목길의 다 쓰러져가는 가옥의 한식당이며, 고기맛이 장안에서 최고라는 해방촌의 정육점식당까지 다양하다. 특히 좋아하는 집은 서초동의 ‘복있는 집’. 김제 출신의 여사장이 입에 착착 감기는 제철요리를 끝없이 내놓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두 사람은 세상 사는 이야기며, 그림 이야기며, 영화 이야기를 격의 없이 나눈다. 정 회장은 주로 듣는 편이다. 취기가 조금 올랐을 때쯤이면 정 회장이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종이 한 장을 꺼내든다. 오늘 암송하고 싶은 시(詩)가 얌전한 글씨체로 쓰여 있다. 학창시절 진주의 개천예술제에서 서예로 특선을 한 솜씨다. 정 회장이 시를 읊조리면 곧 그날의 저녁자리가 절정에 달했음을 말해준다.

동글동글 동안인 사석원에게 ‘영소’라는 호를 붙여준 이도 정 회장이다. 2년 전 어느 날, 와인을 한두 잔 걸친 정 회장은 사석원에게 ‘영원한 소년처럼 살라’며 ‘영소’라는 호를 내렸다. 사석원은 이 호가 무척 마음에 들어 즐겨 사용한다.

직업도 판이하고, 나이도 꽤 벌어지며, 삶의 사이클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동지가 됐느냐고 묻자 정 회장은 “6ㆍ25 때 같이 피란 내려왔으니까 꽤 오래됐다”며 눙을 친다. 실은 지난 2009년 경기도 장흥의 가나아틀리에에서 두 음주도인은 서로 ‘찌르르’ 눈이 맞았다.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 것이다.

그해 봄날, 장흥 아틀리에서 영덕의 싱싱한 게를 잔뜩 공수해와 입주작가들과 가나아트 전속작가들이 오픈스튜디오를 벌일 때였다. 막걸리와 와인이 몇 순배 돌며 모두들 거나하게 취했고, 그때 두 사람은 술로 좌중을 완전히 제압했다. 이후 단둘이 오붓하게 만나 이곳저곳 맛집을 순례하며 재격돌(?)을 펼쳤는데, 미술판서 술 세기로 유명한 사석원은 정 회장에게 연전연패하고 말았다. 백기를 들자 마음이 편해져 한 달에 한두 번꼴로 번개팅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또 작가의 든든한 패트론이 됐다.

“사람에 끌려 만났다. 사석원의 성품이 좋아, 처음엔 술만 함께 마시는 친구가 되려 했다. 아, 근데 그림을 보니 그림이 펄펄 끓더라. 딱 내 취향이었다. 그래서 한 점 두 점 사다보니 어느 새 꽤 늘었다. 펄펄 끓는 그림을 집에도, 사무실에도 걸어놓고 그 에너지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은 철저히 화랑에서 작품을 구입한다. 작가와 개인적으로 친밀해지면 작업실을 찾아 특별가에 구입할 뻔도 한데 미술계 룰을 엄격히 지킨다. 특히 100~200호 넘는 대작을 집중적으로 수집한다. 사석원의 ‘서울연가’ 연작 40점도 최근 사들였다. 오는 5월에는 미스터피자 마노핀갤러리에서 이 연작을 선보일 참이다. 요즘 컬렉터들은 대부분 투자 메리트가 높은 해외 유명작품에 눈을 돌리는데 그는 우리 작가들에게 애정을 쏟고 있다.

미술계에서 손꼽히는 인기작가인 사석원과 피자업계 1등인 정 회장은 타고난 미식가에,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것은 똑 닮았다. 남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으면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따뜻한 심성도 닮았다. 하지만 다른 점도 너무 많다. 우선 사석원은 운동은 딱 질색이다. 반면에 정 회장은 만능 스포츠맨이다. 등산과 골프를 즐기며, 매일 방배동 효령대군 묘역에서 출발해 서리풀공원을 한 시간씩 산책한다.

사석원은 “서로 친해지면 상대를 자꾸 바꾸려하지 않나. 함께 운동하자, 골프 배워라 등등…. 하지만 정 회장께선 일체 그런 법이 없다. 100% 상대존중이다. 운동이라면 그저 숨쉬기 운동만 하는 나로선 천만다행이다”고 했다.

정 회장은 또 일분일초를 쪼개 써야 하는 기업인이다. 작년부터 중국 출장도 빈번해졌다. 반면에 사석원은 마음 가는 대로 사는 완전 자유인이다. 그런데도 둘은 ‘절친’이다. 둘을 엮어주는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곰곰 추론해보니 그것은 ‘정성’이었다. 초(超)긍정주의자인 정 회장은 고객을 위해서라면, 상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주자’는 주의다.

“상대의 사랑을 받으려면 내 걸 몽땅 줘야 합니다. 상대를 사랑하는데 내 마음의 반(半)만 주면 되나요? 피자도 마찬가집니다. 최고의 식재료로 최고의 정성을 들여 정직하게 만들어야죠”라는 정 회장은 “우리 회사 사훈이 ‘신발을 정리하자’예요. 피자배달을 가면 꼭 그 집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하라고 교육합니다”고 했다.

주위에선 ‘무슨 사훈이 그리 사소하냐’고들 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신발을 정리하자’로 책 한 질을 쓸 수 있다고 했다. 상대를 섬기는 정신, 준법정신, 그래서 ‘제대로 된 인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정성과 정직’이 최고 무기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국내외 피자점을 순례하면 꼭 화장실부터 찾는다. 만약 화장실이 더러우면 조용히 문을 닫아걸고, 직접 깨끗이 청소한다. 더럽지 않느냐고 묻자 “손이야 곧 씻으면 되지 않겠느냐? 그런데 피자가 아무리 맛있어도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고객들은 그날로 외면한다”고 했다.

사석원은 정 회장의 치열한 면모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다면 정 회장은 사석원의 어떤 면모에 반했을까? 어린 아이처럼 맑고 순정한 점에 반했다는 그는 그림에 깃든 터질 듯한 생명력에 끌린다고 했다.

정 회장은 드넓은 중국 대륙에 미스터피자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 분주하다. 그 좋아하던 술도 딱 끊었다. 올 10월까지는 금주다. 그의 금주 선언에 사석원은 ‘배신감(?)을 느낀다’면서도 여전히 의기투합 중이다. 정 회장은 말한다.

“공항 입국장에 ‘Welcome to Mr.Pizza′s country’를, 출국장엔 ‘See you Your country’라는 카피를 넣은 광고를 내걸려고 해요. 글로벌 1등을 향해 달려야죠. 밤을 꼴딱 새우며 흰 화폭에 놀라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석원에게서 무한자극을 받습니다. 우리 두 사람, 지켜봐주세요.”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 정우현 회장은?=경남 하동 산골마을에서 8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나 단국대 법대를 나왔다. 동대문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섬유도매업체를 운영했으며, 1990년 미스터피자를 창업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피자 브랜드로 키웠다. 저온숙성의 생도우만 사용하고 석쇠에 굽는 수타피자인 미스터피자는 이제는 한국 1위에 그치지 않고, 중국 1위를 향해 닻을 올렸다. 상하이 등지에서 ‘명품피자’로 입소문이 나며 인기몰이 중이다. 정 회장은 5년 내 중국에 1000개 매장을 세우겠다는 복안이다.

▶ 사석원 작가는?=서울 신당동에서 태어나 동국대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술대전에서 일찌감치 대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보였다. 파리8대학서 석사과정을 마쳤고, 당나귀, 호랑이 등 동물그림으로 유명하다. 그의 친근한 동물그림은 어린시절의 순수함을 일깨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여행을 좋아하고, 허름한 대폿집서 술잔 나누길 좋아하는 작가는 아프리카를 다녀온 후 원주민과 동물을 특유의 강렬한 원색과 표현적 붓질로 담아내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선 생명의 기쁨이 분출하듯 출렁이며 관람자를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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