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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스리스 워크’가 최고 품질·경쟁력 원천
79년간 해고 ‘0’·임직원 평균연봉 1억원…안락의자 세계 1위 브랜드‘스트레스리스’에코르네스의 비밀은
직원 NO 스트레스→고객 신뢰→제품구매
생산 공정 90% 이상 전자동화 불구
인근주민 1600여명 고용기여 향토기업
정년 만 67세…본인 원하면 계속근무도

디자인·트렌드보다 인체 편안함 추구
지역기반 둔 ‘가치관 경영’ 글로벌 기업 성장



[시킬벤(노르웨이)=조문술 기자] 노르웨이 북서쪽 항구 올레순드에서 카페리와 버스를 번갈아 타고 북쪽으로 40여분을 내달리자 나타난 인구 7500명의 소도시 시킬벤. 빙하가 만든 골짜기와 바닷물의 협주로 탄생한 피요르드 지형이 안기는 푸근함처럼 스트레스 없는 의자 생산을 모토로 삼은 에코르네스 본사와 공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등받이와 목을 대는 부분이 뒤로 젖혀지는 안락의자인 이른바 ‘리클라이너’ 세계 1위 브랜드인 ‘스트레스리스(Stressless)’를 만드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의자 하나에 수백만원을 넘는 고가 제품으로 알려진 브랜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이 제품을 구입한 걸로 전해진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찾은 에코르네스에선 기업 경영자에겐 ‘꿈의 숫자’라고 할 만한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고용불안을 없애고 직원의 스트레스부터 줄여야 고객들이 100% 신뢰하고 자사의 안락의자를 구매할 수 있다는 ‘가치관 경영’을 몸소 실천해서 얻어진 결과다.

1600명의 임직원이 일하고 있다는 이 회사에 들어섰지만, 사람으로 북적대는 장면은 없었다. 생산 공정의 90% 이상을 로봇이 담당하고 있어서였다. 목재가공, 도장, 가죽절단, 봉제 등의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 목공작업인 기판 가공만 인간의 손을 거친다. 조만간 이마저도 로봇의 몫이 된다. 올레 비외른 로알드 마케팅컨설턴트는 “어려운 작업은 로봇이 하며 그 일을 하던 직원은 보다 쉬운 일로 전환 배치된다”고 했다. 

명품 리클라이너 ‘스트레스리스’를 생산하는 노르웨이의 에코르네스 공장. 직원이 마지막 목공작업인 기판가공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어렵고 힘든 작업 90% 이상을 로봇으로 대체했다.

얼핏 들으면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생긴다. 그러나 로알드 씨는 “어려운 노동을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직원의 건강을 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가 공정 자동화에 힘을 쏟는 이유는 1차적으론 인건비가 높아서이긴 하다. 지난해 매출 27억5000만크로네(한화 5500억원) 가운데 임금으로만 매출의 20%를 지출했다.

그러나 에코르네스가 추구하는 철학의 무게중심은 인간의 편안함에 놓여 있었다. 로알드 씨는 “직원들이 고용불안 없이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의 기업철학”이라며 “이 때문에 높은 임금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했다.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5만크로네(1억원) 정도다. 1934년 설립 이후 직원을 해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첫 임금삭감(5%)도 1991년 회사가 어려워지자 직원들이 자진 결의해서 이뤄졌다. 3년 뒤 원상복귀됐다.

에코르네스는 우리말로 표현하면 ‘향토기업’이다. 지역주민 1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시킬벤 인구의 14%에 해당한다. 정년은 만 67세다. 원하면 70세가 넘어도 일할 수 있다. 현재 최고령 근로자는 72세다. 30년 근속하면 황금메달을 준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을 만드는 만큼 이곳저곳에 공장을 낼 만도 한데 자체 생산만 고집한다. 세계 안락의자 고객 8000만명이 ‘스트레스리스’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으며, 1인용 의자 기준만으로 하루 1700조(組)를 생산하고 있다.

루나르 하우겐 마케팅 총괄임원은 “지역사회의 가장 큰 고용주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며 “비즈니스뿐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도 회사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에코르네스가 시킬벤과 다른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고 요트계류장, 수영장 등을 지어 지역사회에 제공하는 것도 이런 차원이다.

에코르네스에도 고민은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성장이 정체 상태다. 매출이 줄진 않았지만 추가로 고용을 늘리진 못했다. 반면 가격인상 덕분인지 이익률은 지난해 15% 증가했다. 이 회사는 유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가구업체이지만, 세계 가구 트렌드를 매년 살필 수 있는 ‘밀라노 인테리어전시회’엔 참가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아서다. 하우겐 씨는 “디자인과 트렌드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인체의 편안함을 추구한다”며 “밀라노가 아닌 함부르크, 파리, 런던 등에 전시장을 내고 홍보를 한다”고 말했다.

20명의 연구 직원은 이날도 편안함에 주안점을 두고 제품을 만들고 있었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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