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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삼성은 지적인 하늘색 재킷…현대車는 신뢰감 심는 한벌정장…
패션은 기업에 더이상 ‘직원들 복장관리’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 한 사람의 복장에는 그 조직의 문화와 철학이 담긴다. 그런 직원들을 보면서 고객들은 그 회사에 대해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외신에 간혹 공개되는 구글의 ‘휴식처 같은 오피스’를 보면서 세계인들은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즐거울 것”이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린다. ‘옷 못 입는 회사’가 만든 물건을 고객들은 절대로 ‘감각적’이라고 평해주지 않는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몇 년사이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일반적인 차림이 됐다. 하지만 신언서판(身言書判)이 여전히 중요한 미덕인 대한민국에서 직원들의 옷차림은 기업에 ‘기회이자 숙제’다.

▶정갈하고 지적인 삼성, 편안하고 친근한 LG=삼성은 직원 패션 분야에서도 대한민국 리딩 컴퍼니다. 2008년 대기업 최초로 비즈니스 캐주얼을 도입하면서 대한민국 회사원들의 ‘정장 탈출’에 불을 붙였다.

삼성의 패션은 ‘푸른색 계통의 상하의가 다른 콤비 캐주얼’ 정도로 요약된다. 도입 5년차에 접어든 만큼 젊은 직원들뿐만 아니라 임원들조차도 비즈니스 캐주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 등 주요 임원들도 공식적인 대외행사가 아닌 평상시에는 넥타이 없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일반적일 정도가 됐다.

세계 1위 IT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삼성 조직원들의 비즈니스 캐주얼도 그에 걸맞에 더 세련돼지고 있다. 강박적일 정도로 혁신을 추구하면서 “중요한 것은 옷차림이 아닌 직원들의 열정과 성과라는 인식이 확실히 자리잡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삼성 특유의 색깔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공식적으로 이런 차림은 안된다는 규정은 없지만 회사 방침에 워낙 성실하게 임하는 삼성맨들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모두가 ‘푸른색 혹은 갈색 윗옷에 회색 혹은 베이지색 면바지’ 차림이 됐다. 다른 그룹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깔끔하지만 그렇다고 ‘튀는 차림’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 보니 다양성의 측면에서는 아쉽다는 자평도 나온다. “삼성 계열사가 몰려 있는 서초동에서 위아래 같은색의 한벌 양복을 입은 사람이면 절대 삼성직원이 아니다”라는 직원들의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LG는 삼성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한 건물에 전자는 물론 디스플레이, 상사, 화학 등 여러 업종이 한집 살림을 하다 보니 삼성보다는 좀 더 다채롭다. 전자나 디스플레이 직원들보다는 화학이나 상사 등 무겁고 전통적인 업종의 직원들의 차림이 더 격식을 차리는 쪽이다. 광화문 쪽에 나가있는 LG생활건강의 패션은 화려하다.

하지만 인화의 LG답게 전반적으로 보면 흰색과 검정색 등 모노톤으로 ‘누가 봐도 깨끗하고 편안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직원들이 여전히 다수다. 다만 젊은 직원들과 관리자급 직원들의 격차가 크다. 라인이 강하게 잡힌 감각적인 색상과 디자인의 정장을 입는 젊은 직원들도 많지만 상대적으로 부장급 이상 관리자들의 패션은 고루하다는 평가다.

특히 부장급 이상에서 ‘세련된 콤비형 비즈니스 캐주얼’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각 계열사 수뇌부들이 정장 차림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경우가 아직은 더 많기 때문이다. 


▶신뢰의 현대차 그룹, 자유로운 통신사=현대자동차 그룹은 여전히 한벌 스타일의 정장 차림이 많다. 공식적으로 특정 스타일을 금지하지는 않지만 콤비스타일을 장려하지는 않는다. 한벌 형태의 정장이 더 높은 통일감과 안정감,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절기 외에는 넥타이를 착용해야 하고 셔츠 역시 색상에는 제한이 없지만 과한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은 금지다.

품질경영으로 세계 자동차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현대차그룹인 만큼 대내외에 안정감과 신뢰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구 회장은 물론 정의선 부회장 역시 재벌 총수들 중에는 가장 점잖은 차림을 유지하는 편이다. 신입사원 교육 때도 전문강사가 등장, 복장과 헤어스타일 관리 등을 알려준다. ‘잘 입는 법’보다는 ‘올바르게 착용하는 법’ 등에 방점이 찍혔다.

반면 통신사가 SK나 KT등 통신사가 주력인 그룹의 옷차림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해야 하는 서비스업종이고 임원들도 상대적으로 젊은 많큼 복장 역시 덜 권위적인 게 사실이다.

SKT나 KT, LGU+ 모두 기본은 비즈니스 캐주얼이지만 전자업계처럼 ‘정장을 매치하는’ 수준의 비즈니스 캐주얼보다는 면바지에 니트 등 ‘학생풍’의 깔끔한 차림이 많다. 넥타이는 거의 매지 않는다.

개발과 디자인 등 창의성을 요구하는 분야의 인력이 많다 보니 눈에 띄는 복장도 종종 있다. SKT의 경우는 금요일엔 청바지 차림 직원들이 상당수다. 밝은 색만 아니라면 염색도 사실상 허용한다. 짙은 갈색풍의 머리를 한 남자 직원들도 상당수다. SK텔레콤과 같은 사옥을 사용하고 있는 자회사 SK플래닛 같은 경우 여름에 반바지 입고 출근하기도 할 정도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직원들의 복장이 얌전해지고 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옷차림이 곧 세일즈 … 유통, 음식료, 게임=트렌드와 생활의 변화에 민감한 유통, 음식료업계는 복장도 무기다. 직원들이 입고 쓰는 것 자체가 판매촉진 활동이 된다. 당연히 비즈니스 캐주얼의 폭도 다른 업종에 비해 넓다.

다만 업계 맞수인 신세계와 롯데 간에 다소 차이는 느껴진다. 신세계는 유통과 함께 패션을 주력으로 하다 보니 남자 임원들조차 부토니에나 행커치프, 명품 시계 등 액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이 낯설지 않다. 정용진 부회장이 재계를 대표하는 스타일리스트인 만큼 임직원들의 복색 역시 상대적으로 감각적이다.

반면 무거운 계열사들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롯데는 더 점잖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추구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발’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룹의 주력사인 백화점의 경우 전사적인 컬러마케팅과 함께 월요일을 ‘컬러데이’로 정해 화사한 생상의 옷을 ‘강요(?)’하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옷 잘 입은 직원을 뽑아서 소정의 상품도 준다.

반면 젊은 고객들이 대부분인 게임업계는 제품과 회사 홍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율복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신작게임이 나올 경우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해당 게임이 프린트된 티셔츠나 니트, 점퍼 같은 것을 입고 출근하기도 한다. 프로야구단을 최근에 창단한 NC소프트의 경우 회사의 전사적 홍보 차원에서 야구팀 ‘다이노스’의 관련 의류나 모자를 착용하고 출퇴근하는 직원들도 있다.

재계팀/swan@heraldcorp.com


<대한민국 회사원들에게 캐주얼 데이란?> 

- 캐주얼데이:자유로운 사고와 유연한 조직문화를 위해 자율복 입고 오는 날

1. 사원-퇴근 후 바로 클럽으로 직행할 수 있는 날
2. 대리-명품 패션 아이템 자랑하는 날
3. 과장-옛날 청바지 꺼내 입다 허벅지 쓸려 연고 바르는 날
4. 팀장-양복바지에 점퍼 걸치는 날
5. 사장-같은 정장에 넥타이만 안 매는 날, 괜히 만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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