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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열정의 빨강 · 평등의 녹색…수백개 공약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
黨 고유의 컬러이미지…지지층 결집 역할
새누리, 진취성 바탕 상대편 흡수 마케팅
민주당, 녹색 교체…親盧 색깔빼기 비판도

안철수 노원병 후보 빨강·파랑 동시사용
보수-진보 통합하는 새정치 의지 엿보여



4ㆍ24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하루 3만여장의 명함을 건넨다. 명함 앞면에는 빨간색 셔츠를 입은 안 후보가 힘차게 달리는 사진을 담았다. 뒷면에는 파란색 바탕 위에 안 후보의 ‘새 정치’를 소개하는 글을 실었다. 흔히 보수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진보를 뜻하는 빨간색을 동시에 사용했다. 좋게 해석하면 보수와 진보의 통합을 뜻하지만, 색안경을 끼고 보면 이도저도 아닌 셈이다.

정치인에게 색깔은 곧 정체성이다. 수백개 공약보다 한순간 뇌리에 남는 색깔이 각 당의 이미지를 연상케 해 지지층 결집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새누리당이 당의 색깔로 빨간색을 내세운 것은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동안 ‘공산주의=빨간색’이라는 등식에 따라 보수 정당이 금기시해 왔던 빨간색을 열정과 변화, 미래를 상징하는 색깔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지난 1981년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에 걸친 상징색인 파란색을 31년 만에 교체한 것은 ‘포장’과 ‘화장’ 이상을 의미했다. 당의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현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깃발을 들고, 새누리당의 불모지였던 20, 30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주목할 만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한동수 한국색채연구소장은 “빨강은 진취적이고 열정적, 진보적인 색깔로 오히려 상대편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적 마케팅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녹색과 노란색 사이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여론과 상황에 따라 녹색과 노란색을 각각 중심색과 보조색으로 번갈아가며 사용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는 당의 상징색으로 노란색을, 보조색으로 녹색을 사용하기로 했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각오를 노란색에 담은 것이다. 두 전 대통령의 노란색은 곧 민중을 상징했다. 김 전 대통령이 1988년 13대 총선에서 ‘황색 돌풍’을 일으키며 제1 야당으로 급부상했다. 당시 평민당의 황색은 백성과 민중, 평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2002년 대선에서 당내 3인자에 불과했던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낸 주역도 노란색이다. 당시 노란색은 민중의 변화와 개혁을 뜻했다. CCI색채연구소 신향선 대표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업체들이 노란색을 자사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노란색이 한국사회에서 매우 대중적인 색상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대선후보가 당의 간판으로 등장하고, ‘참여정부 심판론’과 더불어 친노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들끓자 민주당은 노란색을 슬그머니 등 뒤로 빼냈다. 선대위는 “녹색을 주요 색상으로, 노란색을 보조색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문 후보도 노란 점퍼보다는 녹색 목도리, 녹색 넥타이 차림으로 대중 앞에 나서는 때가 잦았다. 일각에서는 ‘친노 색깔빼기’라는 비판이 일었다.

색상은 정치인 개인의 이미지를 좌우하기도 한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밝은 빨간색이 트레이드 마크다. 늘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팬티도 빨간색을 즐겨 입는다고 한다. 자신의 성인 홍(洪)과 붉은색을 뜻하는 홍(紅)의 발음이 같은 데다, 붉은색이 정의와 열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 지사의 빨간색은 젊고 생동감 있어 보이지만, 다소 고집스러운 인상을 주기도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민주통합당의 색깔인 녹색을 자신의 상징색으로 삼았다. 환경운동연합 법률위원장 등을 역임한 경력을 살려 ‘환경시장’을 자처한 것이다. 그의 녹색 넥타이는 2009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의 보라색 스카프를 누르고, 그의 서울시장 당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그러나 ‘디자인서울’ ‘한강르네상스’ 등 그의 역점사업이 겉모습에만 치중했다는 비판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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