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투데이> 단군이래 최대 개발…산산조각난 용산개발의 꿈
사업비 31조로 화려한 출발과 동시에 금융위기 직격탄…출자사 줄줄이 손떼며 6년만에 결국 물거품
이젠 정말로 끝난 건가요?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며 모두들 우러러보던 저(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인데요! ‘사업비 31조원’ ‘56만6000㎡ 부지에 들어서는 67개의 화려한 새 건축물’ ‘삼성역 코엑스의 여섯 배에 달하는 쇼핑시설’, 저에 대한 수식은 화려했습니다.

천지개벽할 프로젝트라며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삼성물산, 국민연금까지 최고의 회사들이 추진하는 사업이니 누구도 미래를 의심하지 않았죠. 그런 제가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코레일이 땅값 2조4000억원을 사업 추진주체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드림허브)에 돌려주고 사업을 접는다네요. 

사실 전 몸집이 작았습니다. 2006년 코레일 부채 해결 방안으로 철도정비창 땅을 개발하려던 게 시작이었죠. 그런데 2007년 4월 당시 오세훈 시장이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부이촌동을 통합해 개발하라고 했습니다. 당시엔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그런 분위기에 취해 2007년 말 드림허브는 장부가 8000억원에 불과하던 철도정비창 땅을 무려 8조원에 낙찰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사업을 본격 추진할 즈음 금융위기가 닥칩니다. 개발사업 전망이 온통 잿빛으로 변하더군요. 결국 드림허브 출자사들은 세 차례에 걸쳐 사업협약을 변경했습니다. 코레일이 이자를 연기해주고 랜드마크 빌딩도 4조2000억원에 사주기로 했죠.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가 했습니다. 

사업추진 6년 만에 청산 절차를 밟게 된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지역. 작은 사진은 조감도.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기존 사업협약이 코레일에 일방적으로 자금을 부담시키는 구조여서 바꿔야 한다더군요. 서부이촌동은 나중에 개발하자고도 했습니다. 사사건건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간 갈등은 계속됐습니다. 그 사이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은 바닥이 났죠. 결국 지난달 12일 금융이자를 내지 못하는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코레일이 사업포기를 선언한 겁니다. 저의 몰락은 누구 탓일까요? 사업 규모를 무리하게 키워 리스크를 키운 오세훈 전 시장일까요? 사업 협약을 무리하게 바꾸려다 결국 포기를 선언한 코레일일까요? 자기 이익만 챙기기에 급급하면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던 민간 출자사들일까요? 사태를 이 지경까지 오도록 그저 손놓고 있었던 정부 당국은 문제가 없을까요? 당분간 저의 사체 처리를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박일한 기자/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