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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왕’ 조용필 & ‘흥행제왕’ 강우석②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지난해 12월 27일, 대한민국 최초의 근현대사 국립 박물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개관했다. 대한민국의 심장부 광화문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의 5층 제3전시실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이란 주제로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친숙한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공간에서 조용필의 1집 LP는 전시실 가운데에 놓여있다. 조용필의 LP 위로는 특별히 핀조명까지 드리워져 있다. ‘가왕’ 조용필은 이곳 박물관에서도 당당한 역사의 한 페이지다.

대중가요는 한 시대의 정서와 사회상을 반영한다. 지난 수십 년간 대중가요가 쌓아올린 지층의 단면을 살펴보는 일은 곧 당대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조용필은 대중가요에서 가장 두꺼운 지층을 차지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조용필은 유신 시절인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지만 대마초 파동에 연루돼 활동을 접어야했다. ‘아티스트’ 조용필의 본격적인 시작은 1979년 해금 조치 이후 1집이 발표된 1980년부터로 봐야한다.

1집은 곡의 배치 순서부터 의미심장했다. 1집의 LP A면 첫 트랙엔 ‘창밖의 여자’, B면 첫 트랙엔 ‘단발머리’가 배치돼 있다. 공백기 동안 절치부심해 미성을 탁성으로 단련시킨 조용필은 한을 토해내는 듯 한 창법으로 부른 ‘창밖의 여자’로 5ㆍ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짓밟고 집권한 신군부 아래 암울한 분위기에 놓여있던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이어 조용필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전자악기를 도입하고 비지스(Bee Gees)를 연상케 하는 가성 창법으로 노래를 부른 ‘단발머리’로 변화에 대한 열망을 가진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이 같은 대중성과 실험성의 동거는 이후 조용필 음악의 일관된 흐름이다. 또한 이 두 곡은 각각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커다란 두 흐름인 발라드와 댄스 음악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공교롭게도 조용필의 음악적 전성기는 제5공화국의 흥망성쇠와 포개진다. 경제적인 번영과는 달리 정치상황은 여전히 억압 속에 놓여있었다. 당대에 가장 혁신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면서도 대중적이었던 조용필의 음악은 사회 전반에 깔린 변화에 대한 욕구를 절묘하게 파고들었다. 조용필은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를 연상시키는 실험성 강한 음악을 들려줬던 ‘촛불’(2집)과 ‘물망초’(3집), 기승전결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구성이 돋보였던 ‘여와남’(3집)과 ‘고추잠자리’(4집), 록과 국악의 크로스오버 ‘못 찾겠다 꾀꼬리’(4집)와 ‘자존심’(4집), 품격 있는 선율과 가사로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되며 대중가요의 지위를 격상시킨 ‘친구여’(5집), 강렬한 록 ‘미지의 세계’(7집)와 ‘여행을 떠나요’(7집),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킬리만자로의 표범’(8집)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곡들로 80년대 내내 아성을 구축했다. 또한 조용필은 독보적인 음악성을 바탕으로 1980년대 초반부터 일본 무대로 진출해 6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리는 등 오늘날 한류의 발판을 다지기도 했다.

제5공화국이 끝나자 조용필을 향한 조명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조용필은 끝없는 자기혁신으로 새로운 길을 열어젖혔다. 어덜트 컨템포러리(Audult Contemporaryㆍ성인 취향의 록 음악) 음악의 진수를 보여준 1990년 12집 ‘세일링 사운드(Sailing Sound), 1991년 13집 ‘꿈(The Dreams)’, 1992년 14집 ‘슬픈 베아트리체’, 1997년 16집 ‘이터널리(Eternally)’는 조용필의 음악적 수작으로 손꼽히는 앨범이다. 또한 이때부터 조용필은 80년대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텔레비전에서 스스로 벗어나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을 펼쳤다. 이 같은 조용필의 행보는 예술의전당이 대중가수에게 문호를 개방하게 만드는 등 공연 문화의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대중문화의 저변을 넓혔다.

오는 23일 조용필이 10년 만에 새 앨범이자 19번째 정규 앨범 ‘헬로(Hello)’로 돌아온다. 지난 2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청음회에서 공개된 새 앨범의 수록곡들은 브릿팝 사운드에 일렉트로닉까지 최신 트렌드의 향연이었다. 조용필의 10년 만의 일성(一聲)은 조로현상과 반복이 일상화된 가요계에 묵직한 울림을 전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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