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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兆원대 줄소송 ‘메가톤급 후폭풍’ 예고
단군이래 최악 사업…끝내 좌초된 용산개발
코레일-출자사간 법정싸움 전망
출자사 9일 국토부 중재요청계획
코레일 자본잠식 경영난 우려도

서부이촌동 주민도 2천억대 소송
가구당 평균부채만 4억원대 육박
“최후의 방법은 자살뿐…” 울분




사업비가 30조원이 넘어 단군이래 최대 개발 사업으로 불렸던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지난 8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토지매매 및 사업협약 해제’ 결정으로 청산 작업에 들어가면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예고되는 등 메가톤급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사업에 참여했던 코레일과 30개 출자사는 파산 책임의 귀책사유를 놓고 3조원대 소송전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개발 지역 대상으로 포함돼 재산권 침해를 당한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민간 출자사는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정부를 상대로 20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코레일은 8일 열린 이사회에서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토지매매 및 사업협약을 해제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지난달 12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만기연장 이자 59억원을 내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진 뒤 한 달여만에 스스로 파산 결정을 내렸다.

드림허브는 만기연장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6월 12일까지 ABCP 원리금 1조1000억원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다. 연말까지 모두 2조4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드림허브가 민간 출자사와 합의한 뒤 차환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면 최종 부도의 시나리오는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드림허브의 최대주주이자 토지 소유주인 코레일은 더 이상 29개 민간 출자사와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사업추진 주체인 드림허브 스스로 청산을 결정한 셈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코레일 정상화 방안에 협조하지 않는 민간 출자사들과 더 이상 사업을 끌고 갈 이유가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대해 민간 출자사 관계자는 “자금 상환 기간이 몇 달 남아 있는데 사업 추체가 스스로 사업을 포기한 건 개발 사업에서 드문 경우”라고 맞받아쳤다.

민간 출자사들은 빠르면 9일 국토교통부 산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조정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중재자일뿐 강제력은 없어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간 갈등이 계속될 경우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당장 1조원의 자본금을 날린 출자사들은 코레일 대 민간 출자사로 나뉘어 서로 책임 소재를 따지는 소송전을 펼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민간출자사는 코레일을 상대로 최대 3조원 가량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코레일도 협약이행 보증금 2400억원 등 역시 민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전망이다. 해외설계회사 역시 소송전에 가담해 국제적인 망신도 예상된다. 드림허브는 현재 103억원을 해외 설계비로 썼는데 아직 주지 못하고 있다.

용산개발 구역에 포함됐던 서부이촌동은 사실상 공황상태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집단 반발은 제2용산 사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점포 보증금을 소진하고 10개월치 임대료를 체납했다는 한 상가 세입자는 “마지막 방법은 자살뿐이다. 극단적인 방법을 준비하고 있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김재철 11개구역대책협의회 총무는 “당초 소송은 이번사업의 파산을 전제하지 않고 계획됐다”며 “향후 소송 규모는 사업의 초기단계까지 소급된 피해액으로 산정돼 가구당 2억원 이상씩 총 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현재 서부이촌동의 가구당 평균 부채는 2년 3억4000만원에서 최근 4억5000만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박찬종 변호사가 이끄는 법무법인 한우리의 ‘손해배상소송 설명회’ 자료에 따르면 이곳 주민들의 소송규모는 당초 예상된 2000억 수준에서 5000억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드림허브 출자금 가운데는 국민연금이 투자한 1000억원, SH공사 490억원 등 공적자금도 이미 들어있다. 이에대한 책임론도 불거질 게 뻔하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용산개발에 대해 간여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로 일관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철도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코레일에 지침은 내렸다”며 “용산 개발에 간여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레일은 향후 예상되는 토지반환금 2조4000억원 외에도 소송 결과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조원을 돈을 민간에 배상해야할 수 있다. 자본잠식 가능성도 커 구조조정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우려도 나온다. 안정적인 철도운영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국 서일대학교 교수는 “정부가 사태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며 “용산 사태는 철도 운영 문제뿐 아니라 건설, 부동산 대책, 서부이촌동 주민 대책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아쉽다”고 말했다.

박일한ㆍ윤현종 기자/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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