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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이 창조경제다!…감귤바이오겔, 벌침화장품, 미생물레티놀 등 농업 R&D의 신세계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새정부 출범 이후 창조경제 구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농촌진흥청(이하 농진청)이 주도해온 농업 기술의 R&D(연구ㆍ개발) 사업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해당 분야에만 국한돼 왔던 우리나라 농업 기술이 장벽을 넘어 타 산업과의 연계성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고 수출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는 상품들이 농진청 주도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감귤의 재탄생’ 부산물이 바이오겔로= 농진청은 감귤주스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이용해 바이오겔(Bio-gel)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 산업체에 기술 이전을 완료하고, 바이오겔을 원료로 만든 화장품 수출 길을 열었다. 지난해부터 매년 5만톤 정도의 감귤 가공시 발생되는 슬러지(침전물)가 공해상 투기가 불가능하게 돼 이에 대한 대책이 매우 시급한 시점에 적절한 처리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농진청에서 개발한 균주를 이용해 만든 바이오겔은 보습력(97.5%)이 뛰어나고 물성이 우수하며, 독성이 없어 향장용과 인공피부 등 의료용 소재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농진청에서는 이 감귤 바이오겔을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 상반기에 영농조합법인 등 2개 업체에 기술 이전을 완료했다. 바이오겔을 통해 만들어진 화장품은 세안용 폼 클렌징, 바디 워시, 세럼, 화이트닝 크림 등 총 4가지 종으로 뷰티업계에서 시연회를 통해 시험 적용한 결과 우수 평가를 받았다.

▶국내 벌침으로 유럽을 쏘다= 농진청이 기술력을 지원한 정제봉독(벌침액)도 국내 최초로 유럽 수출길에 올라 화장품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정제봉독이 현재 영국으로 수출돼 유명 화장품 체인점인 ‘홀랜드 앤 베럿(Holland & Barrett)’의 전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 정제봉독의 유럽 수출은 농진청이 개발한 봉독 채집과 정제 기술을 이전받은 국내 한 전문업체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봉독 채집 장치는 국내 최초로 전기충격법을 이용해 벌에 피해를 주지 않고 봉독을 대량으로 모을 수 있으며, 정제 기술은 채취한 봉독에서 이물질을 없애고 순수한 봉독만을 정제할 수 있는 기술이다. 농진청에선 이 봉독 채집 장치와 정제 기술, 화장품 개발에 대해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양봉농가, 영농조합, 산업체 등에 기술을 이전한 상태다. 정제봉독은 국내에서 연간 약 4kg이 생산되고 있으며, 가축용 항생제와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미생물 활용 ‘레티놀 공장’ 개발= 현재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 레티놀(retinol)은 복잡한 화학합성 기술로만 생산되고 있어 자연친화적이고 인체에 보다 안전한 생물학적 생산기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한 ‘미생물 이용 레티놀 대량생산 기술’이 농진청에서 주관하는 ‘차세대 바이오그린21사업’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레티놀은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비타민A라고 부르며, 현존하는 물질 중 주름개선 기능에 가장 탁월한 효능을 갖고 있어 기능성 화장품 원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5건의 국내외 특허 출원ㆍ등록을 완료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주름개선 화장품의 원료인 레티놀을 국산화해 수출로 연간 13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사업으로 최첨단 합성생물학(대사재설계) 기술을 이용해 식물과 동물에 각각 나눠져 있는 레티놀 생산경로를 하나의 미생물에 통합함으로써 레티놀을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세포공장(Microbial cell factory)’ 개발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남미고추서 탄저병 저항품종 발굴= 농진청은 차세대바이오그린 21사업으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 사업의 고추 연구팀은 고추 탄저병 저항성을 보이는 남미 토종 고추를 찾아냈고, 이를 활용해 탄저병 저항성 고추계통을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업화된 탄저병 저항성 고추 품종이 개발되지 못했던 이유는 한마디로 저항성 유전자원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상황이다.

고추 유전체 중에서 탄저병 저항성을 나타내는 부위를 정확히 찾아 염기서열을 확인해 특허를 획득했다. 또 그 유전자 하나가 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유전자들에게 습도, 온도, 품종 등의 조건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주어 병을 이끌어낸다는 것을 증명했다. 탄저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서 고추에 가장 큰 피해를 준다. 해마다 우리나라의 20~30%에 해당하는 고추농가에 1000억원 정도의 피해를 주는 치명적인 병해이다.
 
<헤럴드경제-농촌진흥청 공동기획>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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