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열린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 국제 세미나의 기조연설에서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 목표 간 중복ㆍ상충이 되지 않도록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특히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한은이 정치권과 정부로부터 금리인하에 대한 직간접 압박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된다. 금리정책 결정에 있어서 한은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이란 해석이다.
그는 “정책 간 조화로운 운용으로 금융안정을 이루려면 여러 정책 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라며 “이에는 중앙은행 역할이 강조되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며 거시ㆍ금융 데이터를 가공ㆍ분석해 경기상황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축적했다”며 “시스템 규제기관(systemic regulator)으로서 주도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행할 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 정책 수행을 위해 설치된 미국, 유럽, 영국의 기구에서도 중앙은행이 금융안정 정책 기구 내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8일 오전 서울 소공동 한국은행에서 찰스 굿하트(C.A.E. Goodhart) 교수를 초청해 개최한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 국제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김 총재는 그 예로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들며 “금융위기시 가계대출 부실화를 예방하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거시건전성정책인 선물환포지션 한도ㆍ외환건전성 부담금 규제 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거시건전성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중복되거나 상충할 수 있어 만족할만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시건전성 정책수행 기관은 시스템적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모든 경제ㆍ사회 요인들을 상시 감시하고 선제적으로 파악해야 하므로 ‘선지자’로서의 능력이 필요하며, 이런 측면에서 정책당국의 국가적인 사명감은 막중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찰스 굿하트(C. A. E. Goodhart)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LSE) 교수는 “거시건정성을 위한 통화정책에 있어서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정치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결정을 수반하게 되지만, 독립성과 규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굿하트 교수는 통화정책 및 금융안정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BOE) 금융정책위원회의 창립 멤버다.
이밖에 디미트리 초모코스(Dimitrios Tsomocos) 옥스퍼드대 교수, 백웅기 상명대 교수, 장민 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서상원 중앙대 교수 등이 이날 세미나에 참석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