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송혜교, 미녀배우와 다른 길을 걷다
-이제는 극강 ‘여신'


[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송혜교(31)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 출연 전만 해도 연기력으로 칭찬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겨울’이 방송되는 내내 연기력 극찬이 이어졌다.

송혜교와 조인성의 연기가 좋았다는 것은 그들이 연기했던 오영과 오수라는 캐릭터에 감정이 얹혀졌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들의 연기에 몰입돼 희망과 안타까움과 절망 같은 감정을 함께 느끼면서 시청할 수 있었다. 캐릭터에 그런 감정이 실리지 못하면 이 드라마는 100% 실패한다.

송혜교의 연기 호평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송혜교는 예쁘다. 극강 비주얼이다. 게다가 성형을 하지 않은 ‘내추럴 미인’이다. 세계 3대 패션사진작가인 피터 린드버그가 왜 한국 여성 스타 중 유일하게 송혜교를 찍었는지, 또 샤넬이 블랙 트위드 재킷전에 담은 세계 109명의 셀러브리티 중 한국 스타로는 유일하게 송혜교만 포함됐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미모가 도드라져도 TV라는 화면으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면 소용 없다. 그래서 나는 배우를 만나면 “실물이 훨씬 낫네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실례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 겨울’은 배우의 비주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실하게 알려준 드라마다. 얼굴과 목 정도만 드러나는 클로즈업 장면이 수없이 나타난다. 웬만한 배우는 피부 상황과 미세한 표정까지 느껴지는 이런 클로즈업을 버텨내기 힘들다. 배우는 얼굴과 목으로만 연기해야 한다. 하지만 송혜교는 미세한 표정 연기,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시선처리를 잘해냈다. 귀엽게 웃는 장면도 좋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하는 연기와 오열 연기는 압권이었다.

송혜교는 연기 호평이 쏟아지는 데 대해 많은 부분 감독과 작가의 공으로 돌렸다. 물론 영상미학을 추구하는 비주얼리스트 김규태 감독 덕에 송혜교가 감정 연기를 마음껏 표출할 수 있었다. 송혜교는 “대본이 미리 나와 노희경 작가님과 (쪽대본으로는 불가능했던) 대본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시간을 가지고 연습하다 보니 작품해석에 공을 들이게 되고 감정표현도 섬세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혜교가 자신의 연기를 갈고 닦아온 노력도 크게 감안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녀의 연기는 이전보다 훨씬 섬세해졌다. 발성에는 감정이 살아 있었고 모든 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올 정도로 배우로서 크게 성장해 있었다.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를 4년에 걸쳐 찍고 편집된 영화에서는 7분 나왔을 때 그녀가 얼마나 연기에 목말라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 겨울’로 못다 푼 연기의 한을 푼 셈이다. 노희경 작가도 “인정하기 싫지만, 오영 캐릭터의 성과는 오로지 송혜교의 차지”라고 말했다.


송혜교는 귀엽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녔던 여배우가 걷는 통상적 행보와는 사뭇 다른 길을 걸었다. 서른 살밖에 안 됐을 때 이미 로맨틱 트렌디물을 졸업한 듯했다. 송혜교가 중화권 팬들로부터 시즌2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아온 ‘풀하우스2’를 포기할 때는 왜 자신의 강점을 써먹지 않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송혜교는 ‘풀하우스’에서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하고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불러도 밉상이 되지 않고 귀여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송혜교는 가벼운 트렌디물이 아닌 무거운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작가주의적 작품, 독립영화나 국제적인 작품을 선택했으며 예상보다 더 강한 이미지로 나왔다. 하지만 그 성적표는 별로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의 깊이를 추구했다. 색깔 있는 작품에 출연해 비주얼과 이미지로만 소비되는 배우가 되지 않고 연기력으로 보여지려고 했다. 송혜교는 2008년 방송가 사람들의 일과 사랑 사이의 고민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성찰한 노희경 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에 출연했고, 5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그 겨울’로 연기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이제 송혜교는 최고의 비주얼에 연기력까지 장착했으니 ‘여신’의 최고봉에 오른 셈이다. 가히 무적이라 할 만하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