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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선 “전쟁은 없다” 차분…해외선 “전쟁 전야” 위기감 고조
한반도 긴장을 바라보는 2개의 시선

국내에선…
-대북 강경파도 햇볕정책 신봉자도
-“미국과의 협상카드” “도발가능성 낮다”
-北 연이은 도발은 ‘정치적 수단’ 간주

해외에선…
-美 ‘제2 쿠바 미사일’ 위기수준 대응
-태국 대사관 자국민 탈출 계획 마련
-中도 남북한 대사불러 긴장완화 촉구




[베이징=박영서 특파원ㆍ최정호ㆍ문영규 기자] 4일 새벽, 미국 CNN을 보던 한국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 조치를 헤드라인으로 내보내고, 유사시 미군의 북한 점령 시나리오를 도표와 함께 장황하게 보도했다. 국내에서 북한의 연이는 위협을 ‘말의 전쟁’으로 바라보고 있는 태평한 시각과 달리 해외에서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리스크로 인한 국가신용도 하락이 우려되는 만큼 위기수준을 다운시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 “전쟁은 무슨” 위기감 없는 한국=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 조치 이틀째인 이날, 정부와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평소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전 정부의 핵심 안보 관계자도, 또 햇볕정책 신봉자를 자처하는 북한 전문가도 오늘 내일 한반도는 평상시와 다를 것 없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북한이 도발하면 망하는 걸 알텐데 도발하겠느냐”는 반응이 대세를 이뤘다.

김관진 국방장관도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도발하면 5일 이내에 북한 핵심전력 70%를 궤멸시킬 수 있다”고 호언했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남한의 대북정책 변화를 강제하는 생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김정은 길들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정부 안보 관련 한 책임자는 “어정쩡하게 무마하려다가는 5년 내내 끌려다닐 수 있는 만큼, 굽히지 말고 점잖은 말로 타이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정은과 북한당국이 ‘한국의 말을 들으면 앞으로 먹고 살 수는 있다’는 교훈을 얻는 계기로 역이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평화로운 모습은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 위협을 ‘북한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적 수단’로 보는 시각과 무관치 않다. 어리고 미숙한 국제정치 아마추어 지도자인 김정은이 북한 내 군부 강경파를 다독이면서 동시에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백성의 불만을 억누르기 위해 우리를 향해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선 “전쟁전야”…자국민 탈출계획까지=우리 사회의 차분한 대응과는 달리 미국은 현 상황을 제2의 쿠바 미사일 위기 수준으로 간주하고 구체적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서울 주재 태국대사관은 자국민 탈출을 위한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마치 한반도에서 당장 오늘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은 모습이다.

미 국방부는 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 본토 핵공격 계획을 최종 승인하고,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동해쪽으로 전진배치하는 등 전쟁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최첨단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괌 기지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의 도발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동맹국의 영토 및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준비 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국은 최근 북한의 위협 공세에 따라 B-52 전략폭격기와 핵잠수함 샤이엔(6900t급), B-2(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에 이어 F-22 전투기 등을 한반도 인근에 투입했다.

러시아도 한반도 긴장 상황이 우발적으로 남북한 간 무력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인테르팍스통신은 “(남북한 중) 어느 쪽이든 의도적으로 군사행동을 개시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긴장된 분위기에서는 사람의 아주 사소한 실수나 기술적 문제만으로도 상황이 통제를 벗어나 위기의 정점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도 바빠진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 장예쑤이(張業遂) 부부장은 최근 한국ㆍ북한ㆍ미국의 주중대사를 따로 불러 최근 한반도 긴장고조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전하고 도발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장예쑤이는 박명호 북한 대리대사에게 최근 북한의 연이은 전쟁 관련 발언과 행동에 중국이 매우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엄중히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만약에 있을 한반도 전쟁상황에 대비한 각국의 자국민 대피 계획도 속속 마련되고 있다.

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공군은 한반도에서 위기 상황 발생시 자국민을 일본으로 대피시키기 위해 C-130 수송기 2대와 에어버스 A310 여객기 1대 등 총 3대를 확보했다. 공군은 이 항공기가 48시간 내 동원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 주재 태국대사관은 한반도에서 적대행위 발생시 자국민을 서울 외곽의 임시 대피소로 옮긴 뒤 일본으로 항공이나 선박 편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비상계획을 마련했다. 한국에 체류 중인 태국인은 약 4만4000명에 달한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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