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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용은 목숨” 빚의 어둠에 빛이 되다
특별채무감면제도 첫 도입 SGI서울보증 김병기 사장…신용불량으로 고통받는 이들 위한 ‘따뜻한 경제’를 말하다
새정부 ‘국민행복기금’ 원조모델…모럴해저드·역차별은 장기 해결 과제
글로벌 경제위기 불구 S&P·피치 국내 금융기관 최고 신용등급 부여
“서민과 취약계층 지원 통해 사회적 책임 몸소 실천하겠다”




벽을 둘러싼 책장에 가득 꽂힌 경제서적. 큼지막한 책상엔 산더미같이 쌓인 각종 결재서류. 김병기(63·사진) SGI서울보증 사장의 집무실 모습이다.

김 사장은 경복고, 서울대 철학과와 행정대학원, 하버드대 정책학석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표적 재무전문가로 손꼽힌다. 행정고시 16기로 공직에 입문해 재경부 국제금융과장과 국고국장, 기획관리실장을 두루 거쳤고 퇴임 후에는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6월 SGI서울보증의 4대 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각종 서민지원 정책에 주력했고, 특히 국민행복기금의 원조 격인 ‘특별채무감면제도’를 도입해 주목받았다. 특별채무감면제도는 외환위기 이전 빚을 져 20여년간 신용불량자로 생활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다.

그는 “정말 빚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은 빚을 모두 탕감해줘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며 “모럴해저드 등의 이유로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일반 채무자는 원금의 30%, 특수취약계층은 원금의 50% 등 신용회복위원회와 기준을 맞춰 최대한 해줄 수 있는 수준까지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당시에도 어렵게 빚을 갚아 나가는 사람과 전혀 빚을 갚지 않는 사람 간 형평성 문제가 지적됐다. 

김병기 SGI서울보증 사장은 발로 뛰며 서민금융 지원과 해외 수익사업 발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빚 때문에 고통받는 우리 이웃이 있다는 것을 서로 이해해주고 사랑하는 ‘따뜻한 경제마인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별채무감면과 마찬가지로 행복기금도 빚을 전혀 못 갚는 사람을 구제하는 것인 만큼 사회통합 차원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도적적 해이와 역차별 문제는 감면 대상자의 기준을 더욱 정교하게 만드는 것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SGI서울보증은 서민지원 업무와 함께 해외 수익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서두르는 등 베트남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베트남 시장은 경제발전 초기 단계여서 보증을 대행해줄 기관의 필요성이 그 어느 곳보다 높기 때문이다.

SGI서울보증은 우선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기업이 원활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증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조만간 베트남 현지기업에 대한 채무상환능력도 분석해 보증업무를 확대하는 등 효율적인 기업활동으로 수익을 창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사장은 “우리 금융회사가 해외에서 역량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전문가와 경영노하우, 국가별 법체계 등 각종 규제에 대응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하루빨리 해당국가의 법과 그들의 행태를 파악해 해외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파스 등 세계적 보증회사가 있는데, 우리 역시 그 회사들이 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국제적 신용등급은 훨씬 높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실제로 SGI서울보증은 최근 세계 경제가 악화된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연이어 상승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해 9월 SGI서울보증에 대한 신용등급(보험금지급능력평가)을 종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이는 창립 이래 S&P로부터 받은 최고 신용등급이다. 게다가 올 3월에는 또 다른 세계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도 SGI서울보증에 대한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가신용등급과 동일한 수준이며, 국내 금융기관 중 가장 높은 국제신용등급이다. 현재 피치가 아태지역 보험사 중 ‘AA-’ 이상 등급을 부여한 곳이 8개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놀라운 성과다.

이 같은 성과는 김 사장이 직접 발로 뛰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 해 미국으로 건너가 해당 신용평가사의 고위관계자를 만나 신용등급의 적정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등 그동안 저평가된 SGI서울보증의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사장의 글로벌 네트워크 파워는 과거 국고국장 시절 KT&G와 KT의 민영화 추진에서도 빛을 발했다.

9ㆍ11 테러 당시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있었지만 김 사장은 민영화의 단추를 풀기 위해 미국 시장에 나가 DR 발행을 추진했다.

그는 “시장 상황이 매우 어려웠지만 KT&G는 자산주임을 강조해 틈새시장에서 투자자의 주의를 끌었던 것이 성공의 중요한 이유였다”고 회고했다.

또한 “KT 민영화 추진 시 5조원에 달하는 주식 매각작업도 국내 증권사를 통해 완료함으로써 성공적으로 KT 민영화 업무를 마칠 수 있었다”면서 “모든 업무는 성공해야 한다는 열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특히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 및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직원은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자세를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과 서민지원, 학자금 보증, 영세민과 자동차중고 할부보증 등 서민을 위한 지원업무에 역량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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