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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권 · 평가기관은 PF경험 전무…건설사 평가에 절대적 의존 구조
현 부동산 사업평가 체계는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하는 용산 국제업무도시 개발 사업이 좌초위기에 처하면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한 사전 사업성 검토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황을 타고 장밋빛 전망이 대세를 이루던 시점에서 애초부터 객관적인 사업성 검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들 역시 PF 사업에 대한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사실상 건설사의 신용 제공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PF 사업의 좌초를 가져왔다는 비판이 드세다.

▶대형 PF 사업 사전 사업성 검토 어떻게 이뤄져 왔나=통상 개발 사업의 사업성 평가는 대부분 투자자 유치 또는 금융기관의 PF 대출 신청에 활용하기 위해 개발 사업자가 평가를 의뢰하며 이뤄진다. 

이를 금융기관 자체적으로 혹은 신용평가회사나 회계법인, 감정평가법인 등이 평가 업무를 담당하는 구조다. 사업 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는 개발업자가 제공하고, 평가기관은 이들 기초 자료를 토대로 현황조사 등을 병행해 확인 및 평가한다. 보통 사업성 평가는 일반 PF 사업과 공모형 PF 사업으로 구분된다. 일반 PF 사업의 경우 개발업자가 부지 확보 및 개발 사업 인ㆍ허가를 취득한 후 PF 대출 신청 전에 이뤄지는데, 주 평가 내용은 대상 부지의 확보 여부, 개발 구상 및 사업 가치, 수익성, 자본건전성 등이다. 은행이 평가 주체일 경우에는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부동산 PF 리스크관리 모범 규준’을 따른다. 이때 토지 매입 여부와 인ㆍ허가 여부, 건설사의 신용 보강 정도 등이 공통적으로 강조돼왔다. 이어 공공기관이 사업 부지를 제공하는 공모형 PF 사업에서는 공모 단계에서 민간 사업자가 민간 평가기관에 의뢰한 1차 평가와 공공이 민간이 제출한 사업성 평가보고서를 공모지침서 기준으로 평가하는 2차 평가로 이뤄진다. 2차 평가에서는 개발 건설계획 및 사업 운영계획 외에도 토지 가격도 평가 대상에 포함되는 게 특징이다.

▶부동산 개발 사업 평가 체계 도입 왜 필요하나=현행 개발 사업에 대한 사전 사업성 평가 절차는 구비돼 있었지만 PF 사업 평가 체계는 여러모로 허술하다. 당장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한 평가기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 금융기관은 내부에 사업성 평가 전담부서가 없는 경우도 있고, 설사 있더라도 전문성이 부족해 외부 평가기관의 사업성 분석 결과를 참조하는 정도다. 이는 결국 부동산 PF 대출의 본질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는다. 개발 사업의 현금 흐름에 따른 대출이 아닌, 건설사의 물적 담보 및 신용 보증에 의존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

대한주택보증이 발주한 국토연구원의 개발 사업 평가 체계 도입 방안 연구에 참여했던 이병식 하나은행 부장은 “개발 사업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각종 인ㆍ허가나 개발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유일하게 경험을 지니고 있던 건설사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며 현재도 평가기관의 전문성 부족뿐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평가기관 입장에서 영업 성과를 내고자 객관적ㆍ독립적으로 평가 결과를 도출하기보다 평가 의뢰자의 이익에 부합되게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마디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평가에서, 수수료를 받고 평가를 해야 하는 평가기관이 사업 주체에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유은철 한국감정원 부장은 “개발 사업자 측에서는 평가기관으로부터 사업성이 없는 걸로 나와버리면 결국 돈만 들이고 대출은 못 받는 구조”라며 “사업성 평가라는 것이 결국 사업 시행자가 주는 자료를 돌려 사업 시행자가 생각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은행에 들어가게 되는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순식 기자/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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