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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콘정치> 앙금 쌓았다 풀었다…‘고소’ 한 정치
요즘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의 또 다른 본업은 고소와 고발이다. 여야 대치시기에 고소와 고발이 난무했다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 슬그머니 취하하는 ‘고소전’ 또는 ‘고소쇼’다.

민주통합당은 다음달 1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검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국정원 소속 여직원도 지난해 12월 민주당 관계자들을 주거 침입 및 감금한 혐의로 고소했으니, 서로 소장을 하나씩 주고받는 셈이다.

통합진보당도 25일 자당 소속의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의 국회 자격심사안을 공동 발의한 여야 의원 30명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국회 내부 징계제도에 반발해 검찰에 고소, 국회의 자율권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이처럼 요란하게 주고받는 고소ㆍ고발전이 실제 검찰수사와 판결로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산더미처럼 쌓인 고소ㆍ고발도 선거가 끝난 후 ‘화해의 정치’를 이유로 슬그머니 취하했다. 애매한 검찰 업무만 늘리는 꼴이다.

국회 자정을 위해 설치한 윤리특별위원회도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기는 마찬가지다. 25일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여성의 누드사진을 검색해 본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19대 국회 개원 이래 상대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 욕설 등을 이유로 윤리특위에 제소된 국회의원 수는 총 9명에 달한다.

그러나 거듭된 기자회견과 날선 공방으로 점철된 윤리특위 제소는 몇달 후 ‘허무개그’로 끝을 맺을 공산이 크다. 18대 국회에서 56건 제소 중 가결처리는 1건뿐이었다. 대선과정에서 ‘홍어X’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과 ‘불법도촬’ 논란을 빚은 배재정 민주당 의원의 징계도 새누리당 단독 처리라는 요란한 정쟁 끝에 ‘공개회의 사과’와 ‘공개회의 경고’로 끝이 났다.

윤리특위를 강화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과 문재인 전 후보의 대선공약도 여야 정쟁에 묻혀 ‘헛구호’로 끝날 공산이 크다. 외부위원 13명으로 구성된 윤리심사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지난 1월 발의된 후 소관위에 계류된 상태다. 국회 정쟁의 장으로 변질된 윤리특위에 제 기능을 찾아주겠다는 약속마저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버렸다. 대한민국 국회의 현주소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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