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국정철학 공유를 명분으로 임기 4년 가운데 절반을 채운 양 감사원장도 교체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경찰청장도 교체되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임기를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을 우려해 사실상 양 감사원장이 스스로 물러나기 원하는 기류가 강하다. 후임 감사원장으로 안대희 전 대법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 목영준 전 헌법재판관 등의 이름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형편이다.
감사원은 일단 병아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만 끙끙거리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19일 하나같이 “아직 확정된 게 없지 않느냐. 감사원으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에서 헌법을 무시하고 감사원장을 교체한다는 불만의 기류도 읽힌다. 실제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역대 감사원장 중 국무총리로 발탁된 이회창ㆍ김황식 전 감사원장과 임기 중 정년퇴임한 한승헌 전 감사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든 감사원장이 임기 4년을 채웠다.
이명박 정부 들어 퇴진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도 4년 임기를 한 차례 마치고 재선임됐다 물러났다는 점에서 양 감사원장과 경우가 다르다.
중앙정부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감사원의 업무 특성상 대통령과 각을 세울 경우도 많은데 새 정부가 출발했다고 감사원장을 교체하면 감사원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겠느냐”며 “나쁜 선례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조직법개정안 대치국면이 가까스로 봉합된 상황에서 청와대가 양 감사원장 교체를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여야 간 또 다른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미 “청와대가 임기가 2년이나 남은 감사원장 교체를 운운하는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행태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위축시키는 헌법 침해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한편 양 원장은 자신의 거취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감사원 독립성 및 중립성 그리고 헌법정신과 연관된 사안이라고 보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대원 기자/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