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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덤에서 걸어나온 나사로는 무엇을 보았나, 남진우 ‘나사로의 시학’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죽어서 무덤에 묻힌 지 나흘 만에 예수의 말 한 마디로 살아 돌아온 나사로가 시적 상상력의 세상으로 다시 귀환했다. 평론가 남진우 명지대 교수는 12년 만에 펴낸 평론집, ‘나사로의 시학’(문학동네)을 통해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시적 문체로 무덤에서 나온 나사로 그 이후를 추적한다. 그의 궁금증은 “그는 과연 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그가 다시 이 세상으로 가지고 온 소식은 무엇인가”다. 침묵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말로 들끓고 있는 나사로는 이 세상과 저 세상의 비밀을 눈치챈 자다. 그걸 세상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까. 남 교수가 주목한 지점이다. 이 세상과 저 세상을 넘나들며 삶과 죽음을 관통하는 언어, 시는 바로 그 침묵의 언어라는 게 그의 시선이다.

제1부 ‘낙원의 저편’에서는 황동규, 오규원, 신대철, 김혜순의 시세계를 짚어본다.

약관의 나이에 등단해 칠순이 넘은 현재까지 의욕적인 시활동을 하고 있는 황동규 시인에게서 저자는 여러개의 가면을 발견한다. 시 ‘즐거운 편지’에서 보여주는 멜랑콜리적인 우수에 젖은 청년의 가면, ‘계엄령 속이는 눈’의 시편에서 지식인의 가면, 현실을 비판하며 유랑하는 떠돌이의 관조 등 그는 시인이 번갈아 쓴 광대의 다섯 얼굴을 분석하며 시인이 다양한 가면을 쓰고 세상을 편력하도록 만든 근본 원인을 찾아간다.

제2부 ‘감각의 우주’에서는 박형준, 최정례, 유홍준, 조용미, 김근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적 감각을 살피고, 제3부 ’투쟁과 관조’에서는 김남주, 김용택, 나희덕이 품은 상상력에 주목한다. 제 4부 ’알레고리와 상징’에는 윤동주, 박목월, 김수영, 김종삼, 전봉건의 시에 대한 독특한 해석을 펼친다.

‘나사로의 시학’이 시를 대상으로 삼았다면, 함께 나온 ‘폐허에서 꿈꾸다’는 이청준에서 최제훈의 소설까지, 중국의 쑤퉁,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커스 주삭, 일본의 하루키를 아우르며 전방위적이다.

‘그리고 신은 시인을 창조했다’ 이후 12년 만에 펴낸 두 권의 평론집은 2000년대 우리 문단의 구축물들을 견고하게 자리매김시킨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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