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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해자 폭력보다 학교 · 교사 무관심이 더 원망스럽다”
집단괴롭힘 당해도 ‘애들 장난’ 치부
학생 피해호소에 담임은 무신경 일쑤
어떻게든 책임 피하려는 경우 다반사

피해 가족들 “능동적 대처 필요”
교사 등 일선현장 인식개선 급선무



학교는 알고도 모른 체했다. 경북 경산에서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교생 A(15) 군이 다녔던 중학교는 학교폭력 사실을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A 군의 중학교 시절 담임교사는 A 군이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렸지만 정확한 사태 파악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당 중학교는 A 군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후 일관되게 ‘학교폭력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 측의 안일한 대처가 결국 10대 소년의 안타까운 자살로 이어진 셈이다.

비단 이번 사건만이 아니다. 학교폭력 피해로 고통받는 학생과 학부모 중 대다수는 “가해자보다 학교가 더 원망스럽다”고 호소한다.

B(41) 씨는 지난해 아들이 동급생 5명으로부터 수학여행에서 집단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3개월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 B 씨의 아들은 수학여행 당시에 담임교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교사는 이를 ‘애들 장난’으로 치부해버렸다. 결국 사건 발생 6개월 가까이 지나서야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렸고, 상대 학생들에 대한 가해 사실이 인정돼 징계가 내려졌다.

B 씨는 “학교는 어떻게든 책임을 피하려고 했다. 교사가 사건 발생 초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상황이 악화된 것이지만 학교는 가해자 편에 서서 어떻게든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다”고 비판했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피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 가해 학생에 대한 선도 조치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학교폭력이 발생할 시 관계법에 따라 7일 안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려야 하지만 학부모들이 몇 차례씩 요구를 해야 겨우 열리는 경우도 많다.

고교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교사들이 고민하고 돌아봤다면 이런 학교폭력이 또 벌어질 수 있겠나. 몸을 사리면서 월급만 챙기는 교사들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학원 교사보다 나은 게 없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지난 14일 긴급차관회의를 열고 전국 학교에 고화질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일진’ 등 폭력서클을 집중 단속한다는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계적인 대책 마련보다는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 등 학교 현장의 인식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교사들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모른다. 그렇다 보니 웬만하면 일이 커지지 않도록 감추게 되는 것”이라며 “정책이 교육 현장에 잘 반영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교사들이 학교폭력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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