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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승태 대법원장 “법원 미성숙하단 지적 뼈 아파”
[헤럴드경제=조용직ㆍ김성훈 기자]양승태 대법원장이 최근 법관의 부적절한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대해 “법원이 신뢰를 받을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는 뼈아픈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법원은 사법의 공정한 태도와 진정한 면모를 잃지 않으면서 사법현안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여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13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기조발언에서 이 같이 말했다. 현직 대법원장이 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언론사법 사상 처음이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최모 부장판사는 부산지법 근무 시절인 지난 해 12월 마약관리법 위반 전과가 있는 B씨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 재판 도중 B씨에게 “초등학교 나왔죠? 부인은 대학교 나왔다면서요. 마약 먹여서 결혼한 것 아니에요?”라고 막말한 사실이 최근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대법원은 최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법에서 사기 사건 피해자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하던 중 진술이 불명확하게 들리자 “늙으면 죽어야 해요”라고 막말을 한 서울동부지법 유모 부장판사에게도 공직자윤리위와 법관징계위를 거쳐 견책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양 대법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처럼 판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연달아 드러나며 법관들의 부도덕성이 여론과 언론의 도마에 오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양 대법원장은 판사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정치적 의사 표현에 관한 질문에도 답했다. “최은배 판사의 국방장관 임명불가 발언 등에 대한 (제재 등) 확실한 원칙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참석자의 질문에 “법관의 정치적발언은 자체도 문제지만 신분상 예측 못 한 방향으로 파문을 낳거나 신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지난 해 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세운 법관의 SNS 사용 권고안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은배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군대) 수장만큼은 그 조직의 존경과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기 위해 명예로운 사람이 임명돼야 하는데 이 정부는 그럴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김병관 내정자를)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해 정치편향성 논란을 낳았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 결과를 불신하거나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일부 풍조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갈등이 가세돼 재판 결과가 자신이 원하는 결과와 다를 때는 끝까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태도는 법원에 큰 위력이 되고 분쟁해결이라는 재판의 본질적 기능마저도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하고 “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재판의 속성이 이해되는 바탕 위에서 좀 더 차분한 논의 이뤄지는 사회 여론이 성숙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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