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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폭’ 실태조사ㆍ학생정서행동검사 하면 뭐하나?
- 경북 경산 투신 고교생 A 군, 중학교 시절 내내 왕따ㆍ폭행 피해

- 폭행, 금품갈취 등 다양한 학교폭력 이뤄졌지만…교사, 학교 아무도 눈치 못채

- A 군 출신 중학교, 지난 해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이상 無’

- 학폭 징후 발견 위한 학생정서ㆍ행동특성검사도 ‘정상’ 소견



[헤럴드경제=박수진ㆍ서상범ㆍ민상식 기자] 경북 경산에서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고교생 A(15)군 이 2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유는 또 학교폭력이었다. A 군은 유서를 통해 중학생이었던 2011년부터 최근까지 동급생 5명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폭행 및 금품갈취를 당했다고 호소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정작 교사, 학교 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A 군이 졸업한 B 중학교는 지난해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학교로 나타났다. 또 해당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학생정서ㆍ행동특성검사(정서검사)는 A 군의 심리상태를 ‘정상’으로 결론냈다. B 중학교는 이주호 전 교과부 장관이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며 처음 방문한 학교이기도 하다.

13일 경북교육청 등에 따르면 A 군이 주로 피해를 당했던 2011~2012년께 B 중학교는 이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또 지난해 4월 진행된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도 해당 학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 군의 학교폭력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보니 상담 등 피해학생 지원 및 보호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경북교육청 생활지도과 관계자는 13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해당 학교에서 이렇다 할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담임교사 등 교사들도 (A 군에 대한) 괴롭힘이 있었는지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학생이 실태 조사 당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적어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생들의 경우 자신의 어려움을 쉽게 털어놓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에서도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B 중학교 관계자도 “A 군은 문제를 일으킨 적 없는 착한 학생이었다. (가해자로 지목된) 다른 학생들도 학교폭력으로 처벌받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정서검사도 A 군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B 중학교는 지난해 전교생을 상대로 검사를 시행했지만 A 군은 ‘정상’ 판정을 받았다. 1차 조사에서 관심군으로 분류가 됐지만 2차 정밀검사에서 정상으로 결론났다.

교과부에 따르면 정서검사 학생 참여율은 2010년 79.7%에서 지난 해 97%까지 확대됐지만 학생의 정확한 심리 상태를 파악하기엔 아직 역부족인 셈이다. 


이번 사건으로 교내 폐쇄회로(CC)TV 및 스쿨폴리스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 되고 있다. B 중학교에는 CCTV 19대가 설치됐고 스쿨폴리스도 2명 있었지만 이같은 학교폭력 사실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A 군은 동급생들에게 주로 CCTV가 설치되지 않은 교실 안과 화장실 등에서 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북 경산경찰서는 A 군의 주변 학생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결과 “중학교 시절 가해학생으로 지목된 학생들에게 (A 군과 똑같은)괴롭힘을 당한 적 있다”는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조만간 가해학생들을 불러 A 군이 남긴 유서내용에 대한 사실확인과 함께 또 다른 피해학생들에 대한 수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사진=경북지방경찰청 제공>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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