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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자살 고등학생 유가족 임지영씨가 투신한 경산 고등학생 A군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반드시, 고통을 이겨내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저는 임지영이라고 합니다. 2011년 말, 스스로 세상을 떠난 대구 고등학생 권승민의 어머니입니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기도 조심스러운 제가 A 군의 어머니께 이렇게 글을 보내는 것은, 저 또한 같은 아픔을 겪었고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입니다. 우리 아들 승민이도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하늘로 갔습니다. 승민이가 떠난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달라진 것이 없네요. 승민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던 날, 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우리 착한 아이가 왜 갑자기 세상을 등져야 했는지 아무도 저에게 속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은 아이에 대한 미안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고통을 겪으면서도 가장 가까운 가족인 제가 아들의 아픔을 몰랐다는 자괴감에 견딜 수 없었습니다. 잠도 자지 못하고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하루하루가 계속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렇게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것이 과연 우리 승민이가 원하는 삶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에서 우리 가족을 지켜볼 승민이가 과연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어떤 말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나 이 못난 엄마의 모습을 보고 또 아파하고 괴로워하지 않을까라는 마음에 힘을 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 때부터였습니다. 죄스러운 마음에 엄두조차 못냈던 정신과 상담, 치료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앓고 있던 마음의 병을 주변 사람에게 알렸습니다. “나 이렇게 힘들어, 그러니까 도와줘”라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제가 손을 내밀자 주변 사람들도 함께 손을 잡아주더군요.

그 무엇으로도 아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지만, 저에게 보내주는 따뜻한 용기와 격려를 보며 승민이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계속 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지금 겪고 계실 마음의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장 “힘내세요, 이겨내세요”라고 말씀을 드리기도 조심스럽고,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반드시 손을 내미셨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만큼 그 고통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에 주위의 사람들과, 또는 전문적 치료와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셨으면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이 글을 보고 연락을 주시면 제 작은 힘을 언제든 나눠드리겠습니다.

A 군 어머니.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위 기사는 임지영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편지글로 재구성했습니다.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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