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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식과의 싸움’ 백전백패…승리의 에너지 충전을
김진이 원장  [자하연한의원]
많은 폭식증 환자가 폭식을 멈출 수 없어 괴로워하며 병원을 찾고 있는데 폭식을 유발하는 요인은 다이어트 후의 요요 현상, 대인관계의 갈등, 자존감 부족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하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초콜릿ㆍ빵ㆍ과자ㆍ음료수 등의 단것을 폭식한다는 것이다. 폭식의 진단 기준에는 ‘음식’이라고 나와 있지, ‘단것’이라고 나와 있지 않은데 단 한 번도 “저는 야채를 먹는 것을 멈출 수가 없어요”, “현미밥에 중독된 것 같아요”, “두부를 끊을 수가 없어요”라며 괴로워하는 환자분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왜 폭식은 단것, 즉 ‘정제 탄수화물’을 대상으로 하게 되는 것일까?

뇌는 에너지원을 오직 ‘탄수화물’, 즉 ‘당(糖)’의 형태로만 공급받게 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안ㆍ긴장하는 상황이 되면 뇌는 더 많은 에너지원을 필요로 하고 이때 당분 섭취를 유도하는 신호를 발생시킨다. 고맙게도(?) 현대사회에는 이런 뇌의 요구를 즉시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제 탄수화물’이 넘쳐난다. 초콜릿ㆍ빵 등을 먹으면 체내에서 복잡한 소화 과정 없이 바로 혈당이 급속히 상승, 뇌로 영양을 전달하며 당분이 공급되면 뇌에서는 ‘세로토닌’ ‘도파민’이라는 행복과 안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기분 좋은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혈당이 급속히 상승한 것을 내리기 위해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되며, 다시 혈당은 빠른 속도로 지방으로 저장되고 머지않아 혈당은 내려가며 뇌는 다시 ‘빵과 초콜릿을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렇게 생리적 패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비정제 탄수화물 중독’은 늘 나를 ‘폭식’과의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의지를 탓해도 돌아오는 것은 자책과 우울감뿐이다. 이는 ‘폭식’과 ‘탄수화물 중독’을 ‘알코올’ ‘니코틴’ 중독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치료 대상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한방에서도 예부터 불안ㆍ긴장ㆍ우울감 등을 풀어주는 데에 ‘감미(甘味)’ 즉, 단맛이 도움된다는 것을 알고 처방으로 사용해왔다. 대표적으로 부인의 ‘장조증(臟燥症)’ 즉 신경증, 히스테리에 사용되는 ‘감맥대조탕’이라는 처방이 있는데 이는 ‘감초ㆍ맥아(엿기름)ㆍ대추’로 구성된 탕약이다.

이렇게 적절한 단맛, 즉 ‘당분’의 사용은 스트레스를 회복하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늘도 폭식과의 싸움에서 지고 자신을 탓하고 있는 환자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제 폭식은 ‘치료’하도록 도움을 구하고, 그 에너지를 자신을 더 포용하고 사랑하는 데에 사용하기를 바란다.

김진이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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