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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 - 김학수> 승부조작 사건이 남긴 교훈
법은 지켜야 한다. 법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을 받는다. 스포츠에서 법은 경기 룰이다. 룰대로 해야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 룰을 지키지 않고 불법행위를 하게되면 법의 준엄한 심판이 따른다. 스포츠라고 해서 법이 관대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 심판, 선수는 룰대로 공정한 경기를 펼쳐야 하며 스포츠 정신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이는 박수를 받는다. 불확실성의 승부로 각본 없는 드라마를 펼치는 스포츠에서 일정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된 손’이 끼면 그 순간부터는 모양새가 볼썽사나워진다. 의도된 손이 스스로 경기 룰을 먼저 지켜야 할 감독이라면 얘기는 정말 달라진다.

원주 동부 프로미 강동희 감독이 돈을 받고 승부조작을 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프로농구 근간을 뒤흔드는 최악의 사태다. 사상 처음으로 현역 프로감독이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것은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그 충격파가 대단히 크다.

프로축구, 프로야구, 프로배구 등이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인 적이 있었으나 그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프로농구의 이번 승부조작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프로농구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선교 KBL 총재는 “아주 유감스러운 일이다. 프로농구 팬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 강동희 감독 등의 영구제명 등을 검토하겠다”며 사과와 함께 강력한 제재방안을 밝혔다. 하지만 총재의 사과와 제재 발표로 이번 파문이 쉽게 가라앉을지 의문스럽다.

이번 승부조작은 강동희 감독 개인의 문제로 결코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현직 감독이 승부조작에 개입됐다면 프로농구계 전반에 승부조작의 손길이 얼마나 넓고 깊게 퍼져나갔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그동안 프로농구에서 불법행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KBL은 안일한 인식과 대처로 사전 예방조처를 소홀히 하지 않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60점대 안팎의 스코어로 경기력 저하 논란을 빚은 프로농구는 팀간 전력차이로 불성실한 경기운영과 태업 의혹까지 받고 있었다.

KBL은 구조적인 사전 예방장치 마련을 소홀히 해 감독까지 승부조작을 서슴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최근 수년간 프로농구의 인기 하락에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KBL 집행부가 승부조작 사건을 땜질처방식으로 넘긴다면 프로농구의 앞날은 암담할 수밖에 없다.

KBL은 지난 2003년 심판의 3점슛 판정에 불만을 품은 SBS가 경기를 포기, 심판진에 의해 프로농구 사상 첫 몰수게임이 선언되면서 김영기 총재, 이인표 경기위원장 등 집행부가 책임을 지고 신속하게 사퇴를 해 최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번 프로농구 승부조작 사건은 10년 전 경기중단 사태보다 더욱 중차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다. 차제에 프로농구가 잘 나가기 위해선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틀을 갖춰야 한다. 연맹 집행부가 자기 살을 깎는 자성의 노력을 보이면서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위기관리프로그램 가동, 윤리와 도덕성 함양을 위한 각종 교실 운영, 불법행위 근절 매뉴얼 제작과 교재 개발 및 보급 등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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